"자원봉사자 20여 명 모집, 이틀에 걸쳐 청소했다"
가정불화·어려운 경제 상황 겹치며 저장강박 증상 나타난 것으로 보여
가정불화·어려운 경제 상황 겹치며 저장강박 증상 나타난 것으로 보여
저장강박이 의심되는 70대 어르신을 1년 가까이 설득한 끝에 관할 지자체가 집 안에 있던 폐기물 13t을 수거했습니다.
오늘(19일) 부산 동구에 따르면 올해 초 동구노인복지관은 복지관에 다니는 한 70대 치매 어르신 A씨를 예의주시했습니다.
A씨는 다른 어르신들과 어울리지 못하며 복지관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지 못해 겉돌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복지관은 동구 복지정책과 직원 등과 함께 A씨의 집을 방문했고, 현관부터 가득 찬 폐기물로 출입 조차 어려운 상황에 깜짝 놀랐습니다.
A씨의 집은 다른 저장강박증 의심 가구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동구 관계자는 "2층짜리 단독주택인데 올라가기조차 어려워 계단에 줄을 걸고 의지해 간신히 올라갈 수 있었다"며 "어르신께 위생 문제로 '집을 치우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스스로 치우겠다고만 답했다"고 말했습니다.
동구 측은 수차례 본인이 치울 수 있도록 독려해도 소용없었다며, "결국 특정 날짜까지 치우지 않으면 A씨가 구청에 협조하겠다는 각서에 동의했다"고 말해 1년여 설득 끝에 청소를 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어마어마한 폐기물은 치우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A씨의 경우 기초생활수급자가 아니어서 청소와 쓰레기 배출을 위한 별도 예산이 필요한 데다가 쓰레기 양이 워낙 많아 여러 명의 자원봉사자가 필요했습니다.
동구 관계자는 "자원봉사자 20여 명을 모집한 끝에 지난달 이틀에 걸쳐 청소했다"며 "비용은 구청이 지원하되 A씨와 가족 등이 부담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A씨 집 안에서 나온 폐기물은 1t급 트럭 10대 분량으로 모두 13t에 달합니다.
동구 관계자는 "가정불화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겹치면서 저장강박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1년 가까이 설득한 끝에 A씨의 집 안을 청소한 것처럼 앞으로도 저장강박 의심 가구를 파악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장나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angnayoung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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