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서 9세 아동 치어 숨지게 해
피해자 父 "이번 판결로 더 고통스러울 것"
피해자 父 "이번 판결로 더 고통스러울 것"
음주 사고로 서울 강남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9세 초등학생을 숨지게 한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징역 5년으로 감형됐습니다. 검찰이 주장한 뺑소니 혐의는 2심에서도 무죄로 판단됐습니다.
오늘(24일) 서울고법 형사7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어린이보호구역치사·위험운전치사,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세 A씨에게 징역 7년의 1심을 깨고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A씨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언북초등학교 후문 어린이보호구역 교차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9세 B군을 치어 숨지게 했습니다. 사고 직후 경찰 체포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8%로 면허취소 수준(0.08%) 이상이었습니다.
1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유족 측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과 예방적 효과를 고려해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현장에 돌아와 체포 전까지 현장을 떠나려 하지 않았고, 자신이 가해자임을 밝히고 음주 측정에도 응했다"며 A씨의 뺑소니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오늘(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지난해 12월 강남 스쿨존 사망사고 운전자에 대한 감형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피해자의 아버지. / 사진 = 연합뉴스
형이 무겁다고 항소한 A씨는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백혈병에 걸렸다며 재판부에 감형을 요청했습니다. 아울러 사고 당시 과속하지 않았고 사고 장소가 횡단보도도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A씨는 지난 9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어떠한 선고 결과를 받더라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할 것이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성실히 수감 생활하고 죗값을 치르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은 사고 현장 직선거리 16~21미터 거리의 주차장에 차량을 주차하고 사고 현장에 온 점, 소요 시간이 약 9초 걸린 점, 사고 현장 직후 주변에 자신이 운전자라고 알린 점 등을 볼 때 피고인의 도주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초범이고 사죄의 뜻을 밝히며 유족들에게 1심에서 3억 5000만 원, 2심에서 2억 5000만 원을 추가 공탁했다"면서도 "피고인이 공탁한 사실은 (양형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고려하기로 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피고인의 잘못된 판단으로 피해자와 유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줬다"면서도 "다만 재범 가능성이 낮아 보이고 혈액암으로 투병 중인데 상태가 나빠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선고 직후 B군의 아버지는 취재진에게 "이번 판결로 인해 더 고통스러울 것 같다"며 "아이의 희생으로 가해자가 생활할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하다는 것을 보여줘 사회가 바뀌길 바랐는데, 이번 판결은 역행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과연 법원이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 달라는 시민들의 요구에 대해 얼마나 경청하고 고민하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공탁을 받을 의사가 전혀 없다고 누차 얘기했음에도 일부 참작했다는 부분도 이해가 안 된다"고 호소했습니다.
[정다빈 디지털뉴스 기자 chung.dabin@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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