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검찰은 김만배 씨의 허위인터뷰 의혹과 관련해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검찰은 김 씨가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과 인터뷰에서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2과장이 대장동 수사를 무마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을 허위라 보고, 신 전 위원장과 뉴스타파 기자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보도 배후 규명 등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후 지난달에는 또 다른 왜곡 보도를 공모한 의혹을 받는 김병욱 민주당 의원 보좌관과 리포액트 기자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 뉴스버스 전직 기자 등 수사 대상도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검찰은 언론인 등에 대한 수사에 나서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보도'를 했다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 훼손 혐의를 적용해 수사에 나섰습니다.
위법성 논란…"명예훼손 수사 개시 불가"
하지만 검찰의 이번 수사에 대해 위법성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검찰이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실제 검찰청법은 검찰 수사권 축소를 위해 당시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부패·경제범죄'로 축소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취임 후 "검찰청법 개정안에 검찰 수사개시 범위가 '부패 범죄, 경제 범죄 등 중요 범죄'로 규정돼 있다"며 '~등'을 확대 해석해 여러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개정에 나섰습니다.
법무부는 당시 ‘직접관련성 있는 범죄’에 대한 기준도 바꾸려고 했습니다.
기존 대통령령에는 '사실상 동일 범죄이거나 범죄수익은닉·무고·범인도피 등 직접 파생된 사건'으로 한정돼 있었지만 ‘범인·범죄사실·증거 중 어느 하나 이상을 공통’으로 할 경우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해당 조항은 대통령령에서 결국 삭제됐는데, 검찰은 어떻게 대선개입 여론조작 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까요?
대검찰청 / 사진=연합뉴스
"대검, 수사범위 확대할 수 있도록 예규 개정"
한 언론사는 대통령령에서 삭제된 조항이 대검찰청 예규에 등장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해 9월 대검찰청이 자의적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예규를 개정했다는 겁니다.
‘검사의 수사개시에 대한 지침’(대검 예규) 제7조는 직접관련성 판단 기준을 '범인·범죄사실·증거 중 어느 하나 이상을 공통으로 하는 등 합리적 관련성이 있는 범죄'라고 규정하는데, 법무부 시행령과 마찬가지로 '~등' 을 넣어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범인이나 증거 등의 공통성 없이도 검찰이 합리적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모든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만능 조항이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검찰 즉각 반박…"수사 실무 적용할 규정 마련한 것"
이에 대해 검찰은 즉각 반박했습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이 개정되면서 직접 관련성에 대한 기존의 불합리한 판단 기준이 삭제됨에 따라 일선 수사실무에 적용할 직접 관련성에 대한 판단 기준을 내부 규정으로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검찰청법상 '직접 관련성'의 실제 인정 범위는 이러한 검찰 내부 규정에 따라 정해지거나 확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향후 구체적 판결이나 영장실무 등이 누적되면서 정립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대선개입 여론조자 의혹 사건'에 대해서도 "직접 수사개시할 수 있는 범죄와 증거 및 범죄사실이 동일해 직접 관련성이 인정되는 범죄들로, 모두 검사가 수사개시할 수 있고, 법원도 이를 인정해 관련 영장들을 발부하고 있다"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길기범 기자 road@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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