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원~4천원이면 전문의를 볼 수 있는 나라"
한국은 의료 가성비가 높다고 하죠. 그러나 건강보험과 일부 의료인의 희생에 기댄 의료환경도 위기를 맞았습니다. 지방 병원은 사라지고, 생명과 직결된 과는 정원 미달입니다.
최근 정부는 의대생 증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늘어나는 의사 인력을 공공의료나 필수의료로 유인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요.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 공공의료 수준이 OECD 국가 최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공공의료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요? 최하 수준인지 데이터 분석을 통해 따져봤습니다.
지난 2월 속초의료원 응급의료센터의 의료진 공백으로 인한 축소운영 안내(굿모닝 MBN 캡처)
OECD 통계 살펴보니…우리나라 공공의료 비중 꼴찌
우리의 공공의료 비중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려면 전체 의료기관 대비 공공의료 ’기관’ 비율과 전체 병상 대비 공공의료 ‘병상’ 비율을 따져봐야 하는데, 먼저 지난 10년치 (2012~2021년) 공공 의료 기관 변화 추이를 살펴봤습니다. 대부분의 데이터가 누락된 2022년은 제외했습니다.
(OECD Health Statistics, 2012~2021)
10년간 OECD 평균치는 50% 이상으로 나타났지만, 한국은 5~6%대로 50포인트 이상 격차를 보였습니다. 한국은 조사 대상 30개국 중 계속 꼴찌를 기록해 지난 10년 내내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한편 영국은 100%, 캐나다는 99.0%, 프랑스는 45.0%였습니다. 일본이 22.8%로 28위, 미국이 23.9%로 29위를 차지했습니다.
(OECD Health Statistics, 2012~2021)
다음 공공병상 비율입니다. 영국 100%, 캐나다 99.4%를 포함해 OECD 평균은 70% 초반으로 나타났지만, 한국은 9~13%대로 31개국 중 꼴찌였습니다. 하위권에 있는 일본 27.6%, 벨기에 26.5%, 미국 21.3%에 견줘도 턱없이 낮습니다.
물론 OECD 자료는 나라별 보건 수준을 비교적 동일한 기준에서 비교 가능하지만, 나라별 구체적인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집계한 보건복지부의 <공공의료 비중 추이(2013~2022)> 자료를 살펴봤는데, 역시나 OECD 국가 평균과도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지난해 말 현재 전체 의료기관 대비 기관 수 5.2%, 병상 수 8.8%.로 지난 2013년 5.7%, 9.5%에서 점점 줄어든 겁니다.
보건복지부 산출 공공의료기관 비중 추이(2013~2022) 일부 발췌(제공=남인순 의원실)
종합하면, 한국의 공공의료 기관과 병상수는 OECD 국가 중 꼴찌입니다. 민간보험에 의존하는 미국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따라서 “한국의 공공의료 비중은 OECD 국가 중 꼴찌” 명제는 사실입니다.
물론 공공의료를 양의 문제로만 바라봐선 안 됩니다. 이와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장을 맡았던 윤석준 교수는 MBN과의 통화에서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부족한 인원을 어디에 채우고, 수가를 어떻게 개편할 지에 대한 논의가 동반될 때 공공·필수의료 현장을 개선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예림 인턴기자 chloej575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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