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산하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한국어 교재' 차별 지적에도 3년째 수정 안돼
김상희 의원, 다문화 가정이 한국에 왜곡된 의식 가질 우려 표해
김상희 의원, 다문화 가정이 한국에 왜곡된 의식 가질 우려 표해
외교부 산하의 공공외교 전문 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외국인의 한국어 학습을 돕기 위해 펴낸 교재에 적힌 차별적인 표현이 3년째 수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KF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KF는 '베트남인을 위한 종합한국어'와 '몽골인을 위한 종합한국어' 속 차별적 표현에 대한 수정작업을 계속 진행 중입니다.
이 교재는 베트남인과 몽골인들이 한국어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공부할 수 있도록 KF가 KB국민은행으로부터 후원받아 제작했습니다.
2009년 초판을 출판한 이후 2016년까지 현지 대학과 한국문화원 등에 각 1000부가 배포됐으며, 현재 KF 홈페이지에서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2021년 9월 이주인권단체 등이 이 교재에 담긴 차별적 표현에 문제를 제기하자, KF는 같은 해 10월 집필진과 교재 수정 협의에 나섰습니다.
사진 = 한국국제교류재단 캡처
KF는 이듬해 10월, 교재 수정안을 마련한 뒤 올해 6월까지 수정안에 대한 언어별 번역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기존 교재에서는 ‘부모 대신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생활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말에 ‘안쓰럽기 짝이 없다’고 돼 있지만, 수정안은 ‘대학 입시를 앞두고 아이들 고생이 많다’는 말에 ‘안쓰럽기 짝이 없다’고 하도록 권고했습니다.
사진 = 한국국제교류재단 캡처
아내는 반드시 남편을 따라야 한다는 뜻의 가족 관련 사자성어 '여필종부(女必從夫)'도 차별적인 표현이라는 지적을 받자 아버지의 성격이나 습관 등을 아들이 그대로 전해 받는다는 뜻의 '부전자전(父傳子傳)'이라는 표현을 권고했습니다.
사진 = 한국국제교류재단 캡처
'남자가 파마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예문은 '반팔 옷을 입는다고? 아직 날씨가 쌀쌀하다'로 대체됐습니다.
사진 = 한국국제교류재단 캡처
춘향을 '열녀를 대표하는 인물'로 소개한 부분은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남녀 간의 사랑을 이뤄낸 대표적인 여인'이라는 표현으로 수정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수정안이 아직 교재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KF 측은 "2008년 교재 제작 당시 해당 언어에 적용된 폰트(글씨체)를 구하기 어려운 문제로 수정 반영이 지연됐다"며 "대체할 수 있는 폰트를 적용해 올해 12월까지는 홈페이지에 PDF 책자 수정본을 올릴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상희 의원은 "조손 가정 비하나 여성에 대한 차별적 요소가 들어간 교재는 국내 이주여성 등 다문화 가정에 한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잘못된 점을 확인하고도 3년 넘게 수정하지 못한 것은 매우 큰 문제로 하루빨리 수정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상희 의원 / 사진 = 연합뉴스 캡처
[최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efavoriteone@gmail.com]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