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서 우려의 목소리 나오기도
지난 9월부터 서울시에서 저출생 대책으로 산후 보약 바우처(50만 원)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에 산모들은 관심을 갖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산후 보약과 한의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거주한 지 6개월 이상 됐다면 누구나 이 바우처를 신청할 수 있으며 7월 1일 이후 태어난 아이 1명당 100만 원을 지원합니다.
그중 절반은 건강회복에 필요한 의약품·한약·건강식품 구매 때 쓸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출산 후 산모가 몸과 마음을 어떻게 추스르냐에 따라 여성의 평생 건강이 좌우되는 만큼, 소득 기준 없이 모든 산모를 지원해 빠른 건강권 회복을 도울 것"이라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한 산모는 "미리 한의원 가서 약을 지어놓고 약을 찾으러 가서 바우처 카드로 결제했다"며 "출산 후 손가락도 허리도 많이 약해진 상태였는데 한 달 뒤 많이 나아지길 기대한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한의원에서도 "서울시 산후 한약 바우처를 사용하는 분들에게 특별 할인 이벤트를 한다"라며 대대적 광고에 나서는 분위기입니다.
반면 최근 의료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등을 회원으로 둔 대한모유수유의사회는 최근 서울시 한약 지원 사업을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정유미 대한모유수유의사회 전 회장(소아청소년 전문의)은 "전 세계 모든 전문가 단체가 권고하는 첫 6개월간 완전 모유수유 시기에 수유모가 한약을 먹고 젖을 먹이는 건 아주 곤란하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약물안전성에 대한 최신 정보를 얻는 홈페이지 '락트 메드'에 한약재에 대한 안전성 정보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 소아과학회에서도 신뢰할 만한 정보가 부족해 주의하라고 권고하며, 영국 NHS(국민보건서비스)에서도 한약 복용을 피해야 하는 6가지 경우에 임신부와 수유부를 포함한다는 게 의사회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국내에 수유모가 23일간 한약을 먹어 아기에게 급성 간염이 발병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 수유모는 결국 한약 복용을 중단했고 간염을 치료하자 아기 상태가 호전됐습니다.
의사회는 "안전성도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고 꼭 필요하지도 않은 산후 한약을 모든 산모가 쓰게 하는 건 불필요한 약을 '강매'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한의계에선 "산후 한약은 임신, 출산 과정으로 허약해진 산모의 몸을 보호해 주며 자궁 수축을 도와 회복을 빠르게 해준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영춘 대한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어 '모르니까 안 먹는 게 안전하다'는 게 서양의 주장인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받은 재료를 쓰며 독성이 우려돼 임신, 수유부가 먹어선 안 되는 약을 제외하고, 용량·처방도 산모에게 맞춰 안전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선 급성 간염 사례를 두고도 "양방서 쓰는 진통제가 빈도로 따지면 훨씬 많다"라며 "양약의 경우 3%, 한약의 경우 1% 안 되는 농도로 태아에게 전달된다고 한다. 이 정도로는 약효에 의미가 없는 수준이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장나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angnayoungn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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