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서울 압구정역 인근에서 약물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를 몰다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들이받아 중상을 입힌 사건을 계기로 마약류 의약품 과다 처방 의혹이 있는 병원들을 경찰이 일제히 들여다보고 있는 가운데, '롤스로이스 뺑소니' 사고의 피의자 신 모씨가 방문한 병원의 마약류 의약품 처방이 2년 사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강남 A의원 마약류 의약품 처방 / 자료=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실이 제출받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2년 동안 A 의원에서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 받은 환자 수와 처방 건수는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20년엔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받은 환자 수가 826명이었는데 지난해 기준 1212명으로 2년 사이 1.5배 수준으로 늘어났습니다.
또 지난 2020년에서 2022년 A 의원의 프로포폴 처방은 약 1000개 늘어났고 투약 환자 수도 2배로 증가했습니다.
이와 함께 신 씨가 방문한 또 다른 B 의원의 경우, 2019년부터 올 6월까지 처방 현황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기준 케타민을 25명의 환자에게 50건을 처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강남 A의원 마약류 의약품 처방 / 자료=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실
한 병원에서 마약류 의약품 투약량이 증가한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미 병원에 의존하는 마약류 중독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김필여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장은 "어떤 환자들은 마약류 의약품을 쉽게 처방해 주는 병원을 일부러 찾아 증량이나 더 센 약을 처방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며 "해외에서 살다 온 사람 중엔 우리나라가 처방을 잘해준다고 마약 대신 처방 약을 찾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병원에서 마약류 의약품을 과다 처방할 경우 처벌을 받을 수는 있지만 치료 외 목적으로 투약했는지 여부 등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실형이 나오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박진실 변호사는 "중독된 사람들이 시술을 받으려고 약물을 투약할 경우 다른 목적으로 투약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처벌은 가능하지만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정도가 대부분이고 실형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습니다.
[윤현지 기자 hyunz@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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