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서울 송파와 경기 김포 등에서 잇따라 일가족 5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특히 숨진 가족 중 1명은 미성년자 딸로, 타살 정황이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부모가 어린 자녀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참극 왜 이리 반복되는 걸까요.
비극의 시작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잠실동 아파트 단지에서 한 40대 여성 A씨가 숨지면서 알려졌습니다. A씨는 지난 6월 3명에게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돼 출석을 앞두고 있었고요. 사망 당시 수억 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A씨의 차량과 휴대전화 등을 통해 동선을 추적했고, 그 결과 김포에서 수상한 행적을 발견했습니다. 사망 전날 초등학생 딸과 김포의 한 호텔에 함께 들어갔다가 나올 때는 A씨 혼자였던 겁니다. 이를 토대로 묵었던 곳을 확인한 결과 숨져 있는 딸을 확인했고요. 경찰은 부검 결과 외력에 의한 경부압박 질식이 사인이라는 구두 소견을 받았습니다. MBN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피소 직후부터 빚 독촉을 피해 초등학생 딸과 숙박업소를 전전했습니다. 이 달 들어 확인된 딸의 결석일만 7일이고, 사망 당일은 닷새 째 결석한 상태였습니다.
최근 두 달 사이 자녀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송파구 사례 외에도 최소 5건으로 알려졌고,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 조사에서도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부모에 의해 목숨을 잃는 자녀의 수는 2018년 7건에서 2019년 9건, 2020년 12건, 2021년 14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자녀와 부모가 모두 숨진 경우는 정확한 사망 경위 분석이 어려운 만큼 알려지지 않은 사례가 더 있을 가능성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자녀가 살해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아라 광주대 아동학과 교수의 지난해 발표 논문을 보면 경제적 문제가 38.6%로 가장 많았고, 정신과적 문제, 가족 갈등, 자녀 양육 문제가 뒤를 이었습니다. 실제로 A씨 외 숨진 다른 가족들이 남긴 유서에도 채권, 채무 관계로 인한 어려움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A씨 빌라에는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도시가스 요금 180여만 원이 체납돼, 공급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원인이 부른 비극이라 해도 전문가들은 동반 자살이 아닌 명백한 살인 행위로, 아동학대라고 주장합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본인이 낳았으니까 아이의 목숨도 본인 책임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며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부여받는 살아갈 권리를 빼앗는 극단적인 형태의 아동학대"라고 지적했습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자녀의 장래를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소유적인 관념으로 인해 아이를 혼자 둘 순 없다, 이런 인식에서 기인된 잘못"이라고 지적하며 "얼마나 어려웠으면"이라는 온정주의적으로 개인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사회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형량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자녀 살해 (비속 살해)는 부모를 살해하는 존속 살해와 달리 별도 가중처벌 규정이 없는 탓입니다. 하지만 자녀 살해 후 자살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적잖아, 결과적으로 왜 그랬냐고 따질 수도 없고,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상황이 많은 데요. 결국 무엇보다 사전에 제대로 된 실태 조사를 통해 위험 징후가 보일 경우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급선무인 것 같습니다.
[오지예 기자 / calling@mbn.co.kr]
비극의 시작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잠실동 아파트 단지에서 한 40대 여성 A씨가 숨지면서 알려졌습니다. A씨는 지난 6월 3명에게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돼 출석을 앞두고 있었고요. 사망 당시 수억 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A씨의 차량과 휴대전화 등을 통해 동선을 추적했고, 그 결과 김포에서 수상한 행적을 발견했습니다. 사망 전날 초등학생 딸과 김포의 한 호텔에 함께 들어갔다가 나올 때는 A씨 혼자였던 겁니다. 이를 토대로 묵었던 곳을 확인한 결과 숨져 있는 딸을 확인했고요. 경찰은 부검 결과 외력에 의한 경부압박 질식이 사인이라는 구두 소견을 받았습니다. MBN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피소 직후부터 빚 독촉을 피해 초등학생 딸과 숙박업소를 전전했습니다. 이 달 들어 확인된 딸의 결석일만 7일이고, 사망 당일은 닷새 째 결석한 상태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두 달 사이 자녀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송파구 사례 외에도 최소 5건으로 알려졌고,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 조사에서도 극단적 선택을 하는 부모에 의해 목숨을 잃는 자녀의 수는 2018년 7건에서 2019년 9건, 2020년 12건, 2021년 14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자녀와 부모가 모두 숨진 경우는 정확한 사망 경위 분석이 어려운 만큼 알려지지 않은 사례가 더 있을 가능성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자녀가 살해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아라 광주대 아동학과 교수의 지난해 발표 논문을 보면 경제적 문제가 38.6%로 가장 많았고, 정신과적 문제, 가족 갈등, 자녀 양육 문제가 뒤를 이었습니다. 실제로 A씨 외 숨진 다른 가족들이 남긴 유서에도 채권, 채무 관계로 인한 어려움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A씨 빌라에는 지난해 7월부터 최근까지 도시가스 요금 180여만 원이 체납돼, 공급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습니다.
사진=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지난 5월)
하지만 경제적 원인이 부른 비극이라 해도 전문가들은 동반 자살이 아닌 명백한 살인 행위로, 아동학대라고 주장합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본인이 낳았으니까 아이의 목숨도 본인 책임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며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부여받는 살아갈 권리를 빼앗는 극단적인 형태의 아동학대"라고 지적했습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자녀의 장래를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소유적인 관념으로 인해 아이를 혼자 둘 순 없다, 이런 인식에서 기인된 잘못"이라고 지적하며 "얼마나 어려웠으면"이라는 온정주의적으로 개인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사회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형량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자녀 살해 (비속 살해)는 부모를 살해하는 존속 살해와 달리 별도 가중처벌 규정이 없는 탓입니다. 하지만 자녀 살해 후 자살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적잖아, 결과적으로 왜 그랬냐고 따질 수도 없고,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상황이 많은 데요. 결국 무엇보다 사전에 제대로 된 실태 조사를 통해 위험 징후가 보일 경우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급선무인 것 같습니다.
[오지예 기자 / calling@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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