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압수수색 목록에 CCTV 제외되자
이튿날 기록 삭제·하드디스크 교체
이튿날 기록 삭제·하드디스크 교체
약물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인도의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힌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 모 (28)씨의 단골 병원이 경찰 압수수색 이후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오늘(20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16일 마약류 오남용 의혹을 받는 강남구 논현동의 A 의원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습니다. 이튿날 A 병원은 폐쇄회로(CC)TV 기록 일부를 삭제하고 하드디스크를 교체했습니다.
삭제된 CCTV 기록에는 사건 발생 전 신 씨가 병원을 찾은 날의 기록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압수수색 당일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CCTV가 제외된 것을 이용해 A 병원 측이 다음 날 곧바로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고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경찰은 사실 파악 후 A 병원 측으로부터 해당 하드디스크를 임의 제출받아 삭제된 영상을 복원해 분석 중입니다.
앞서 신 씨는 지난달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서 롤스로이스를 몰다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뇌사 상태에 빠뜨리고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 사고로 여성은 양다리가 골절되고, 머리와 복부를 크게 다쳐 현재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습니다.
신 씨는 지난달 1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과 도로교통법상 약물 운전 등 혐의로 구속 송치됐습니다.
경찰은 신 씨가 피부 시술을 빌미로 미다졸람, 지아제팜 등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받고 정상적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차량을 몬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A 병원은 신 씨가 피부 시술을 위해 자주 방문한 의원으로 그에게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해 준 곳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A 병원은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디아제팜·미다졸람·졸피뎀·케타민·멘터민·프로포폴 등의 마약류를 1만 개 처방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당 기간 처방받은 환자는 2,391명이며, 처방 횟수는 4,925회입니다. 지난해에는 디아제팜(406명) 케타민(399명) 미다졸람(398명) 프로포폴(378명) 등 8종의 마약류 의약품을 환자 총 1,593명에게 투약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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