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니코틴 중독 살인사건' 아내 파기환송심 첫 재판…"범행시각 검토"

검찰, 피해자 흰죽 추가로 먹었을 가능성 있어
A씨측 변호인 보석 허가 신청…재판부 "추가 심리 필요"

'남편 니코틴 중독 살인사건' 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서 검찰이 피해자가 사망 직전에 흰죽을 추가로 먹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오늘(15일) 수원고법 형사1부(박선준 정현식 배윤경 고법판사) 심리로 열린 A씨에 대한 살인 혐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열렸습니다.

검찰 측은 피해자 부검 결과 위 내용물에서 흰죽이 그대로 있는 것이 확인됐다며, 피해자가 사망 직전 그동안 알려졌던 음식물 음용 횟수와 달리 흰죽을 추가로 먹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피고인 진술에 근거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해자가 사망 전날 오후 8시에 먹은 흰죽이 (피해자가 사망한) 다음 날 오전 3시에 위에 남았다는 건데, 위에서 30분이면 음식물이 배출된다는 의학적 소견으로 보면 부검에서 나온 흰죽은 전날 오후 8시에 먹은 거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2021년 5월 26~27일 남편에게 세 차례에 걸쳐 치사량 이상의 니코틴 원액이 든 미숫가루와 흰죽, 찬물을 먹게 해 남편이 니코틴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남편은 26일 A씨가 건넨 미숫가루와 흰죽을 먹고 속쓰림과 흉통 등을 호소해 그날 밤 응급실에 다녀왔습니다. 귀가 후인 27일 오전 1시 30분~2시쯤 A씨는 남편에게 재차 찬물을 건넸고 이를 받아마신 남편은 1시간~1시간 30분 뒤인 새벽 3시쯤에 사망했습니다.

1심은 미숫가루와 흰죽, 찬물을 통한 범행은 모두 인정했고 2심은 찬물을 통한 범행만 유죄로 인정했습니다. 그러다 지난 7월 대법원은 추가 심리의 필요성을 느껴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유죄 부분에 대해 제시된 간접증거들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적극적인 증거로서 불충분하다고 봤습니다. 이를 유죄로 확신하기엔 의문점들이 남아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며 원심의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 / 사진=연합뉴스

니코틴을 경구 투여할 경우 30~66분 내에 체내 니코틴이 최고 농도에 이르고 이후 빠르게 회복됩니다. 하지만 남편의 휴대전화에선 최고 농도에 이르렀던 시간대에 가상화폐 시세를 확인한 기록이 발견됐습니다.

오전 1시 30분~2시 사이에 치사량의 니코틴 용액을 먹은 피해자가 오전 2시 45분쯤 휴대전화를 사용한 기록이 있어 사실과 모순되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이날 파기환송 재판에서 검찰 측은 피해자가 사망 직전 찬물을 먹기 전에 흰죽을 먹었을 가능성이 높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찬물을 준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며, 전문심리위원인 법의학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피해자 휴대전화 로그기록을 분석한 포렌식 수사관과 니코틴 원액이 판매자 등 2명에 대해서도 증인 신청하겠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이미 파기환송 전에 전문심리위원들이 법정에 나와 진술했기 때문에 다시 부를 필요성은 전혀 없다며, 피고인이 1년 6개월 정도 수감생활 하는 입장을 고려해 최소한의 신문을 해주길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피고인에 대한 보석 신청 건과 관련해 한 사람의 범인은 놓치더라도,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며 피고인의 무죄 가능성이 훨씬 높음에도 구속기간이 계속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고 법의 기본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의 증인 신청과 의견서와 이에 대한 변호인 측의 의견을 검토한 뒤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