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반영구 시술, 보건위생상 위해가 된다고 보기 어려워"
'단순 미용 시술' vs '엄격한 의료 행위' 논쟁 심화될 듯
'단순 미용 시술' vs '엄격한 의료 행위' 논쟁 심화될 듯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된 미용학원 원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는 오늘(30일) 원장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A 씨는 2014년부터 5년간 자신이 운영하는 충북 청주의 한 미용학원에서 눈썹 문신 등 미용 목적의 반영구 화장을 시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 재판부는 "바늘에 색소를 묻혀 피부에 주입하는 단순한 기술의 반복이 고도의 의학적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다. 귀걸이용 귀를 뚫는 행위가 일상화된 것처럼 해당 시술도 한정적인 의학지식과 기술만으로도 가능해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날 2심 재판부도 의료행위의 개념은 고정 불변한 것이 아니라 의료 기술 발달 등으로 언제든지 가변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반영구 화장 시술은 질병 치료나 건강 유지와 같은 일반적인 의료 행위와는 달리 개성이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이뤄지는 시술"이라며 "사회 통념, 일본 최고 재판소의 무죄 판결 등을 비춰 반영구 화장 시술을 단순히 의료행위라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위험 정도와 통제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반영구 화장 시술은 여타 의료행위와 달리 의사 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사람이 시술한다고 해서 보건위생상 위해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법정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방청석에 있던 대한문신사중앙회 관계자 등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이들은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이 반영구 화장 시술은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인정되는 역사적인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문신 시술 모습. / 사진 = MBN 자료화면
지난 1992년 대법원은 바늘로 피부에 이물질을 주입하는 문신을 의료행위로 봤습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3월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 행위를 금지·처벌하는 의료법 조항이 위헌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헌법소원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의료법 제27조 1항에 따르면, 의사면허증이 없는 자가 의료행위를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즉 눈썹, 입술, 아이라인 등에 문신을 하는 시술을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에서만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지자체가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단속하고 있지만, 국민 4명 중 1명 꼴인 1,300만여 명이 눈썹 문신이나 타투 등을 경험했다는 통계가 나온 만큼 수요가 워낙 커서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이에 정치권에선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하자는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의료계는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문신 염료에 발암 물질과 중금속 등이 포함돼 있고, 마취 연고는 많이 바르면 마비나 심정지까지 올 수 있는 독성 물질이라 의사면허증을 소지한 자만 실시해야 한다는 게 의료계의 입장입니다.
눈썹 문신 등 시술을 사회통념상 허용 가능한 '단순 미용 시술'로 볼 것이냐, 의사 면허 취득자에게만 허용되는 '엄격한 의료 행위로 볼 것이냐' 논쟁은 이번 법원의 판결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유나 디지털뉴스 기자 chldbskcjstk@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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