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청원24 홈페이지 캡처
"흉악범의 사형 집행이 이뤄져서 피해자가 보복에 대한 위험으로 두려워하거나, 범죄자의 출소로 억울함이 남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우리나라 사법 체계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보호하는 것 같은 이미지가 고착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잘못을 뉘우칠지 혹은 자기만족에 뿌듯해 할지 모르는 가해자를 위해 제가 낸 세금을 낭비하고 싶지 않습니다."
국민 청원 사이트 ‘청원 24’에 올라온 내용입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일상생활을 위협하는 흉악 범죄가 잇따르자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지난달 21일, 33살 조선의 무차별 흉기 난동에 서울 신림역 근처를 지나던 20대 남성이 사망했습니다.
22살 최원종은 지난 3일 경기 성남시 서현역 근처에서 인도를 걷고 있는 보행자들을 향해 차를 몰아 고의로 사고를 낸 뒤, 흉기를 꺼내들고는 인근 백화점에 들어가 난동을 부렸습니다.
이 사고로는 차에 들이받힌 60대 여성이 숨졌으며, 20대 여성은 뇌사 상태에 빠져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에는 30살 최윤종이 서울 신림동 등산로를 지나던 30대 여성을 때리고 성폭행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의식을 잃은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를 받다 이틀 만에 숨졌습니다.
위 사건들의 피의자 3명 모두 범행의 잔인성과 피해의 중대성이 인정된다며 신상이 공개됐습니다.
챗GPT, 사형 관련한 어떤 질문도 비슷한 대답…첨예한 논쟁 반증했나
사진 = 챗GPT 캡처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고, 흉악범들에 대한 엄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대화형 인공지능(AI)서비스 챗GPT는 사형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챗GPT에게 '사형 집행 부활'에 관련된 질문을 했더니, "의견이 분열되어 있다"며 사형 집행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 또는 주요 논쟁점을 정리한 답변만 내놨습니다.
질문을 바꿔서 여러 번 물어봐도 "복잡한 문제다", "논란이 있다", "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답변은 똑같았습니다.
먼저 '사형 집행 부활은 흉악 범죄 예방 대책으로 적절한가?'라고 질문했더니 "일부 사람들은 형량의 단호한 실행으로 인해 범죄 예방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서도 "그러나 이에 대한 실질적인 증거는 여전히 논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범죄 예방 프로그램 등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사형 집행 부활보다 현실적이고 윤리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방법"이라며 대안적인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또 "사형 집행은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로, 비인도적이며 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있다"면서 "범죄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로 인해 무고한 사람이 죽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사형제를 시행해야 할까?', '사형제도는 좋은 제도야?',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사형에 처해야 할까?' 등 질문을 바꿔서 다시 물어봐도 사형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 중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았습니다.
초지일관 확답을 피하는 챗GPT의 어정쩡한 태도는 사형제도를 둘러싼 첨예한 논쟁과 격렬한 대결구도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26년간 사형 집행 '0'…여론은 들끓는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사형을 법정 최고형으로 두고 있으며, 중범죄자에게는 사형이 선고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997년 12월 이후 약 26년 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국제엠네스티 기준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됩니다.
지난 5월 16일 국제엠네스티가 발간한 '2022년 사형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간 한국 법원에서 내린 사형 선고는 3건에 불과하기도 했습니다.
사형 집행은 인권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국제 외교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로 유럽연합(UN)은 사형 집행 국가와는 각종 협약 맺기를 거부합니다.
흉악 범죄를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사형제는 외교적 문제에서도 굉장히 강력하다"며 "사형을 집행하면 EU와의 외교관계가 심각하게 단절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묻지마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이제는 사형을 집행할 때가 됐다는 게 들끓는 여론의 포인트입니다.
실제로 국민 대다수가 사형 제도에 찬성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 갤럽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사형제 유지'에 찬성했습니다.
올해 발생한 흉악범죄를 고려한다면 찬성 의견은 이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행법상 무기징역을 선고 받더라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으로 출소가 가능하다는 점도 여론에 불을 지폈습니다.
사실상 사형 폐지국으로 분류되는 상황 속에서 흉악범죄자에 대한 형 집행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사형제도 3번째 위헌심판 진행 중…앞선 두 차례 "합헌"
한동훈 법무부 장관 / 사진 = 연합뉴스
이에 국민의힘과 정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할 때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을 구분해 선고하도록 해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도 가석방으로 출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한 장관은 "흉악범을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하는 실효적인 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천주교인권위원회, 구속노동자후원회 등 10개 단체는 "신체의 자유를 다시 향유할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제도"라고 반박했습니다.
이들은 "이러한 엄벌주의적이고 대중영합적인 처벌 중심의 법 정책은 ‘불특정 대상 범죄’를 해결하지도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사형제 존폐 논란 속에서 사형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결정이 이르면 올해 안에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사형제도가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오른 건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지난 1996년, 2010년 헌재는 사형제도가 '합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위헌'으로 결론이 나려면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데, 현재 재판관 9명 중 4명은 인사청문회에서 사형제 폐지에 비교적 긍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AI 기술의 발전으로 언론 분야에서도 AI 활용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MBN에서는 챗GPT를 활용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을 짚어보는 [일문Chat답]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사고와 논쟁들을 AI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지 [일문Chat답]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