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몰지각한 학부모 때문에 선생님과 다른 학부모도 피해
"무표정한 눈빛이라고 주장하며 같은 반 친구 학폭으로 몰아"
사실 여부 떠나 학폭 신고 가능…신고당한 측은 스스로 진실 밝혀야
감정적으로 남발되는 '허위 신고' 막기 위한 처벌 필요 목소리도
"은지(8·가명)가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됐습니다.""무표정한 눈빛이라고 주장하며 같은 반 친구 학폭으로 몰아"
사실 여부 떠나 학폭 신고 가능…신고당한 측은 스스로 진실 밝혀야
감정적으로 남발되는 '허위 신고' 막기 위한 처벌 필요 목소리도
세계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에 사는 40대 여성 A씨는 지난 5월 17일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 은지가 같은 반 친구를 따돌려 학폭 가해자로 지목됐다는 내용의 전화를 교감선생님으로부터 받은 것입니다.
A씨는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 평소 친구들을 잘 챙기고,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과도 잘 지내는 것을 알기에 교감선생님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며 "교감선생님에게 무슨 내용으로 신고된 건지 물어봤지만 따돌림 외에는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문득 몇 달 전 학부모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학생 어머니와 다툰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A씨는 "상대 학생 어머니와 다툰 후 관계가 끊어졌지만, 아이들끼리는 문제없이 잘 지냈다"며 "힘없는 어린아이를 이용해 나에게 이런 식으로 보복하는 건가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학교에서는 신고 접수 후 '학교폭력전담기구'가 가동됐고 일주일간 조사가 진행됐습니다. A씨는 "은지가 이 기간에 3번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는데, 집에 와서는 얘기를 안 하더라"며 "심리적으로 위축됐는지, 평소 밝은 아이가 갑자기 울거나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아졌고 잘 다니던 학원도 그만뒀다"고 전했습니다.
학교 측은 5월 24일 "가해학생이 따돌림 등 학교폭력을 가했다는 사실 및 피해학생이 이로 인해 정신적 피해를 받았다는 사실 등에 대한 입증자료가 없다"며 '학교장 자체 해결 처리' 결정을 내렸습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측이 학교 측 결정에 불복하며 사안은 해당 지역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로 넘어갔습니다.
A씨는 학폭위로부터 7월 13일 출석을 통보받았고 신고 사유를 정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같은 반 친구의 어머니가 피해를 주장하며 3건을 문제 삼았던 것입니다. 첫 번째는 5월 13일 학부모와 아이들이 참여하는 학급 모임에서 은지가 다른 친구에게 "상대 학생이랑 놀지 말고 나랑 놀자"라고 했고 이 내용을 그 어머니가 들었다는 주장입니다. 두 번째는 은지가 다른 학생들과 웃고 있다가도 상대 학생을 볼 때면 웃음을 그치고 무표정으로 바뀌어 상대 학생이 무서움을 느꼈다는 것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5월 16일 상대 학생이 다른 친구와 장난을 치고 있는데 은지가 그 친구에게 '단톡방 모임을 하자'고 말해 상대 학생을 혼자 남게 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A씨는 "신고 이유를 알고 나니 너무나도 황당했다. 허위 사실임을 확신했지만, 혹시 사실이더라도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 사이에 매일 일어날 수도 있는 이런 일들이 학폭인지 의아했다"며 "학급 모임 날 밤에 상대 어머니가 즐거웠다며 단체 밴드에 글까지 올렸는데, 그날 학폭이 있었다고 신고했다는 사실이 납득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학폭위가 열리기 전까지 A씨는 지도선생님과 학부모들을 찾아다니면서 진술서와 탄원서를 받았습니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허위 주장임을 입증할 증거들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학폭위 하루 전날 상대 측은 신청을 돌연 취소했고 사건은 그대로 종결됐습니다. A씨는 2개월 동안 지옥 같은 나날을 보냈다며 허무하다고 털어놨습니다.
A씨는 "2개월간 아이는 심리상담센터를 다니고, 저 또한 불면증과 우을증으로 정신과 약을 먹었다"며 "억울함을 벗으려고 했는데 너무 허탈했다. 우리 가족의 고통은 어떻게 보상받아야 하느냐"고 토로했습니다.
A씨는 "현 제도에선 일방적인 주장이더라도, 학폭 요건에 맞지 않더라도 학폭 심의 절차가 진행된다. 가해자로 지목된 가정이 허위 사실임을 다 밝혀내야 한다.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담임선생님은 중립 의무 때문에 아무런 의견을 내지 못한다"며 "만약 나쁜 마음을 먹으면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 학폭을 제기해 상대방 아이와 학부모를 괴롭힐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학폭 신고 자체가 움츠러들면 안 되겠지만,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 때문에 '허위학폭신고 방지법'이 필요할 것 같다. 더불어 요즘 교권 침해 사례들도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는데 '진상학부모 방지법'을 도입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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