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기소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당시 무전 내용으로 참사 상황을 짐작하기 어려웠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오늘(10일) 이 전 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종합상황실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3차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공판에는 참사 당일인 지난해 10월 29일 △서울경찰청의 지휘망 △용산서 행사망 △용산서 자서망 등 세 가지 무전망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는데 이 전 서장과 검찰 측은 상황 인식 가능성을 놓고 공방을 벌였습니다.
이 전 서장이 무전망에 처음 등장한 건 오후 10시 35분쯤. 변호인 측은 해당 시간 이전까지는 무전으로 참사를 인지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변호인은 “검찰 공소장을 보면 오후 10시 19분께 이태원 파출소에 사람이 깔렸다는 표현이 나온다. 그런데 ‘사람이 깔렸다’는 말은 도저히 무전 녹음 내용에선 들리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검찰은 상황을 보고받고도 제대로 조치 안 했다고 주장하지만, 오후 10시 40분께도 부하직원을 통해 특이사항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오후 10시 20분께 (자서망에) 기존 무전과는 달리 비명이 계속 나오고 있었고 현장 경찰관의 목소리 톤이나 발언 내용이 굉장히 다급한 상황임을 짐작케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때로는 한 문장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단말마성 무전이 다수 송출되고 있었던 점에 비춰 (이 전 서장이) 충분히 사고의 발생 혹은 임박 상황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습니다.
다만 변호인 측은 이 전 서장이 3개 무전망과 대통령 경호망까지 총 4개 무전을 동시에 청취하고 있던 터라 용산서 자서망에만 집중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 서장이 오후 9시 24분부터 식사하러 갔기 때문에 집회를 관리하느라 자서망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참사 당일 8시 43분부터 오후 9시 7분까지의 서울경찰청 지휘망 내용을 근거로 참사 발생 1시간여 전인 오후 9시를 전후해 대규모 집회시위는 대부분 끝났다는 지적입니다.
한편 이 전 서장은 보석 신청이 인용돼 지난 6일 풀려난 뒤 이날 처음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출석했습니다.
그는 재판을 마친 후 참사 당일 무전소리가 잘 안 들렸던 상황이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재판에 성실하게 사실대로 임하겠다. 죄송하다”는 답변만 남긴 채 자리를 떠났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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