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진 김미루 변호사 "약혼은 당사자 합의만으로 성립"
"약혼 파기 책임 有 남편에게는 위자료 청구 가능…부모한테까지는 어렵다"
결혼을 약속한 남성과 아이를 가졌는데, 그가 잠적하고 낙태를 종용했다는 한 여성의 사연이 화제입니다."약혼 파기 책임 有 남편에게는 위자료 청구 가능…부모한테까지는 어렵다"
지난 7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한 여성 A씨가 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가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 혼자 출산했다며 사연을 보냈습니다.
방송에 따르면 A씨는 지인의 소개로 아이의 친부인 B씨와 교제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둘 사이에 소중한 생명이 생겼고,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B씨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순탄하게 결혼할 수 없었습니다. A씨는 “(제가) 혼전임신을 했고 우리 집이 경제적으로 어렵다며 결혼을 허락하지 않으셨다”면서 “자존심이 상해 결혼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자신만 믿으라는 남자친구의 말에 결혼을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A씨는 예식장을 알아보고 신혼집을 구하는 등 결혼 준비를 해나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B씨의 태도가 변했고, 병원에 같이 가기로 한 날 연락이 끊기기도 했다고 A씨는 전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B씨가 술에 취해 “너 같은 애와 결혼 못 하겠으니까, 애를 지우든지 너 혼자 키우든지 알아서 하라”는 등 막말을 했다고 A씨는 주장했습니다.
결혼은 못 해도 아이의 출산과 양육에 대해 논의하려고 했지만, B씨가 연락을 일절 받지 않았다고 A씨는 밝혔습니다. 결국 A씨는 혼자서 아이를 낳아야 했습니다.
아이를 혼자 키우는 게 두렵다는 A씨는 "B씨와 결혼을 반대한 그의 부모님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느냐”며 “양육비와 출산 비용, 신생아 용품 구입 비용 등 아이를 낳기 전 들였던 비용을 모두 청구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며 변호사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이 방송의 출연진이자 사연을 접한 김미루 변호사는 “결혼에 이르지 않았어도 약혼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약혼은 특별한 형식을 거치지 않아도 장차 혼인하려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만 있으면 성립합니다.
김 변호사는 “임신 사실이나 결혼 계획을 양가에 알리고, 신혼집이나 예식장을 알아보는 등 결혼을 구체적으로 준비했다면 서로에게 장래의 혼인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약혼이 성립했다고 봤습니다.
이어 그는 약혼 파기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선 “혼인 생활과 출산에 대한 걱정 등으로 불안해하는 A씨를 B씨가 충분히 이해하거나 보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그뿐만 아니라 지속해 낙태를 부추기면서 신뢰를 깨뜨렸고, 사연자 A씨와 아이에 대해 일관되게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접에서 B씨에게 약혼을 파기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김 변호사는 B씨의 부모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상대방 부모에게 청구한 위자료를 인정받으려면 상대방과 책임이 동일한 정도라는 것을 입증해야만 위자료 청구가 인정된다"면서 “단순히 부모가 상대방을 종용했고 약혼 파기에 개입했다 등의 주장만으로는 위자료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또 양육비를 청구하려면 우선 아이의 아버지인 B씨를 상대로 인지 청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인지 청구가 된 뒤에는 법적으로 친권과 양육권을 청구하는 소송을 통해 양육자가 비양육자한테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A씨의 경우, 혼자 아이를 낳고 키우는 상황이기 때문에 A씨가 친권·양육자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주나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uliet312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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