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검토
농어촌공사 책임 떠넘기기 '급급'…배수문 CCTV 감시 구멍
농어촌공사 책임 떠넘기기 '급급'…배수문 CCTV 감시 구멍
지난 27일 폭우가 쏟아지는 밤, 전남 함평군 엄다천에 남편과 함께 수문을 열러 나섰다가 아내인 60대 수리시설 감시원 오 모 씨가 물에 휩쓸려 숨진 사고와 관련해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이 한국농어촌공사를 상대로 책임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숨진 오 씨는 농어촌공사가 위촉한 수리시설 감시원으로 지난해부터 엄다천의 수리 시설의 점검과 정비, 조작, 안전사고 예방 지도·단속 등 활동을 해왔습니다.
노동청은 오 씨가 업무와 연관해 숨진 것으로 보고 사업주인 농어촌공사가 안전관리 의무 조치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를 살피고 있습니다. 또, 오 씨가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계약을 맺었다고 해도 근로자로 인정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적용할 수 있는 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노동청은 전날 농어촌공사 함평지사에 감독관을 보내 작업일지 등 관련 서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고 다음 날인 28일 소방구조대원이 실종된 오 모 씨를 찾기 위해 엄다천 인근을 수색하는 모습 / 사진=정치훈 기자
사고 직후 농어촌공사는 재발 방지 긴급조치를 마련했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습니다. 안전 장비를 강화하고 감시원의 단독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숨진 오 씨와 남편이 "무리하게 작업을 했다"며 사고의 책임을 떠넘기는 듯 비춰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농어촌공사 함평지사 담당자도 "이들 부부가 나간 줄 몰랐다. 호우주의보 예보가 있었다면 미리 상황을 통보했을 것" 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배수문을 24시간 감시하는 CCTV / 사진=정치훈 기자
배수문을 24시간 감시하는 CCTV도 갖춰져 있었지만, 담당 직원은 오후 6시에 퇴근하고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9시 이후에 비상 근무에 들어가면서 관리에 구멍이 났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CCTV를 확인해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지 않냐? 함평에만 40개 넘는 CCTV가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인근 주민은 "CCTV만 제대로 감시했더라면 이들 부부가 사고 현장에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노동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치훈 기자 pressjeong@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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