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적 선택' 표현 쓰지 말아야
- 자살 유발하는 OTT 등 드라마 제재해야
지난 20일 오전 가수 최성봉 씨가 숨졌습니다.- 자살 유발하는 OTT 등 드라마 제재해야
기자들은 숨진 이유를 알기 위해 취재에 나섭니다.
경찰을 통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 알고, 최 씨가 공개한 유서 내용을 확인합니다.
취재 이후 나온 기사 제목입니다.
"가수 최성봉 숨진 채 발견…극단 선택 추정"
"목숨으로 죗값 치르겠다"…최성봉, 유서 공개 후 결국 사망"
두 제목은 모두 쓰지 말아야 할 내용을 담았습니다.
'극단 선택'이라는 단어를 쓴 점과 자살 동기를 담은 유서 내용을 공개했는데, 이는 언론계의 합의로 금지한 내용입니다.
먼저 '극단 선택'이라는 말은 많이 쓰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한국기자협회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에서 이같은 표현을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1. 기사 제목에‘자살’이나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 대신‘사망’,‘숨지다’ 등의 표현을 사용합니다.
3) 기사 제목에 ‘자살’이나 자살을 암시하는 표현 대신 사망 사실을 알리는 표현을 선택합니다.
: ‘자살’, ‘스스로 목숨 끊다’, ‘극단적 선택’, ‘목매 숨져’, ‘투신 사망’ 등과 같은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과 같이 객관적 사망 사실에 초점을 둔 표현을 사용합니다.
다음으로 자살 동기를 담은 유서 내용을 공개한 점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최성봉 씨가 공개적으로 유서를 썼으니 보도하는 건 괜찮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이 역시 권고기준에서 금지하고 있습니다.
2. 구체적인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습니다.
2) 자살 동기를 단순화한 보도는 매우 위험합니다. : 자살은 단순화하기 어려운 복잡한 요인들로 유발됩니다. 따라서 표면적인 자살 동기만을 보도할 경우 결과적으로 잘못된 보도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유사한 상황에 처한 사람에게 자살을 부추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같은 권고 기준은 왜 생겼을까요.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입니다.
코로나19 사망자와 비교하면 더 충격입니다.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 발생 뒤 2022년 말까지 3만 2,156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습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자살로 사망한 사람은 무려 3만 9,267명입니다.
2022년에는 1만 2,720명이 사망한 걸로 잠정치가 나왔는데, 매달 1천 명 이상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겁니다.
이처럼 자살 문제가 심각하니 자살을 부추기는 보도는 하지 말자고 합의에 이르게 된 겁니다.
아무리 그 사람이 어떻게 숨졌는지 궁금하더라도 참아야 하는 겁니다.
지난 27일 국회에서는 '자살예방을 위한 미디어의 역할과 개선 과제'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자살을 극단적 선택으로 순화한 것은 하나의 변화지만, 더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자살을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문화 자체가 해외에는 없고, 우리나라에 이같은 문화가 있다면 도려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유 교수는 자살 위험이 일반인보다 8배~9배 높은 유가족을 자살 관련 보도가 더 힘들게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유 교수는 또, 인터넷 방송 서비스인 OTT와 방송·케이블 채널 드라마, 웹툰 등에서 자살을 너무 자주, 자극적으로 다룬다고 비판했습니다.
자살을 유발할 수 있다는 데 대해 언론은 침묵하고 있죠.
"자살로 성의를 보여봐."
케이블채널 드라마의 한 대사입니다.
언론과 비보도 콘텐츠의 자살 유발, 이는 자살예방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 21일 국회는 자살예방교육을 의무화하는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았습니다.
생애주기별 자살예방대책에 청년을 명시하여 자살예방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국가기관·공공기관·초중고교 등에 자살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는 자살정보 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정부는 24시간 자살유발 정보 모니터를 통해 긴급 구조와 수사 의뢰까지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언론은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려는 이같은 노력에 보탬이 돼야 할 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꼭 죽음의 원인을 써야 한다면 아래의 문구는 언론의 자정 작용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이 문구를 통해 사람들은 어렴풋이 그 사람의 죽음의 원인을 유추할 수 있을 테니까요.
동시에 위기에 처한 독자나 시청자라면 기사를 읽은 뒤 자살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도움을 청하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겁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자료: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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