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만 3천…'찜통' 마트 주차장서 숨진 30대 마트 노동자

대형마트 주차장 쇼핑카트 정리 업무 하던 중 쓰러져
폭염주의보 속 하루 4만 3천보 걸으며 업무⋯정부 가이드라인 '유명무실'

최근 낮 기온이 30도를 넘는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일하던 30대 노동자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동료 근무자들은 폭염 속 열악한 근로 환경을 지적했습니다.

어제(27일)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19일 저녁 7시쯤 경기도 하남의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쇼핑카트 정리 업무를 하던 A(31) 씨가 쓰러졌습니다.

그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이날 A 씨는 쓰러지기 전 "몸 상태가 좋지 않다"라고 말한 후 주차장 한켠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날 경기도 하남은 낮 최고 기온이 33도에 육박하는 등 이틀째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습니다.

A 씨가 근무하던 주차장은 벽면 전체가 외부와 연결돼 있어 햇빛에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동료 직원들은 마트가 냉방비 절약을 위해 에어컨 가동 시간을 정해놨으며, 실외 공기순환장치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A 씨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매시간 약 200개의 철제 카트를 묶음으로 밀고 다니는 업무를 맡았습니다.

사망 이틀 전 동료에게 A 씨는 약 10시간 동안 "총 4만 3천보를 걸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해당 마트는 직원용 휴게실을 마련해, 3시간마다 15분의 휴식 시간을 제공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휴게실은 5층에 위치해 이동에만 많은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에 해당 근무지의 직원들은 잘 사용하지 않는 편이었습니다. MBC 취재에 따르면 실제로 주차장에서 휴게실까지 약 4분 30초가 소요됐습니다.

해당 마트는 현재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입니다.

한편 정부는 옥외노동자에게 체감온도가 섭씨 33도 이상인 주의(폭염주의보) 단계에서는 1시간마다 10분의 휴식 시간을, 35도 이상인 경고(폭염경보)와 38도 이상인 위험단계에서는 15분의 휴식 시간을 부여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승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eungjilee@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