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보유량 안정세로?
지난 팬데믹 시기 동안 헌혈이 쉽지 않아지면서 혈액보유량도 줄어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일평균 혈액보유량이 20,000unit을 상회하는 수준이었는데, 거리두기 이후에는 15,000~18,000unit까지 줄었습니다. 적정혈액보유량은 일평균 5일분 이상입니다. 하루에 약 4,000~5,000unit을 보유해야 적정 수준에 미칠 수 있는데, 코로나 시기에는 3~4일분 정도밖에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거리두기 해제 이후 다시 안정세를 찾아가면서 혈액보유량도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25,000unit 정도까지 혈액보유량이 늘었고, 최근에는 30,000unit을 넘기도 하면서 5~7일분의 혈액을 안정적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별로 혈액보유량의 편차가 크고, 혈액가능인구 대비 헌혈자 수가 줄어드는 등의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헌혈 인구 앞으로는?
올해 누계 헌혈자 수는 1,150,007명입니다. 1월에서 5월까지의 누적 헌혈인구 수를 지난 해 동기간과 비교해보면 약 5만 명 가량 늘었습니다. 이 수치만 보면 다시 헌혈인구가 회복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헌혈가능인구대비 헌혈률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비해 소폭 증가하긴 했지만, 코로나 이전 7%대를 유지했던 수치가 6%대로 내려와 머물러 있습니다.
10대 헌혈인구의 감소세도 두드러집니다. 가장 대표적인 헌혈의 방법으로 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전혈 헌혈의 경우 만 16세에서 69세까지 가능한데,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10대~30대입니다. 10대의 헌혈인구 수는 지난해 46만2186건이었는데, 코로나19 이전(2019년 80만321건)과 비교하면 절반을 겨우 웃도는 수준입니다.
빠르게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도 헌혈인구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인구 구조가 역피라미드로 바뀌어가면서 헌혈자의 주축을 담당하는 연령의 인구가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접 피 구하기에 나서는 환자들
헌혈자가 직접 의료기관이나 환자를 지정해서 수혈을 해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를 두고 ‘지정헌혈’이라고 하는데, 병원에서 혈액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가족 등에게 지정헌혈을 권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2021년에 환자 가족이 지정헌혈을 통해 헌혈자를 직접 구한 횟수가 14만2355건에 달합니다. 2021년으로부터 불과 5년 전인 2016년 1만 9316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기하급수적인 증가입니다.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도 있지만, 지정헌혈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고 올해에도 벌써 3만 건 이상 지정헌혈이 이루어진 것을 보면 2021년의 현상을 특수한 상황으로 넘기기에는 심각해보입니다.
아직까지 혈액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혈액 수급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해보입니다.
[최희지 기자/whitepaper.choi@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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