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는 구급차와 운전기사뿐…코치 등이 피 닦는 조치만
선수 누나 "동생의 부러진 치아는 가족과 선수들이 주워야 했다"
선수 누나 "동생의 부러진 치아는 가족과 선수들이 주워야 했다"
지난 주말 열린 고교야구 경기 도중 야구 선수 2명이 크게 다쳐 쓰러졌지만, 구장 안에 의료진이 없어 응급조치를 하지 못한 채 20분간 경기장에 방치된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쳤습니다.
그제(12일) KBS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시 탄천야구장에서 열린 진영고와 부천고의 주말리그 경기에서 6회 말 진영고 수비 상황에서 외야 뜬 공을 잡으려던 진영고 좌익수와 유격수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직후 대기 중이던 구급차가 경기장으로 들어왔지만, 현장에는 구급차 운전기사밖에 없었습니다.
환자 이송장비가 있음에도 두 선수는 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한 채 20여분간 누워 있어야 했습니다.
경기장 내 배치돼야 하는 응급구조사 등 응급전문인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KBS에 따르면 사고 당시에는 운전기사와 야구부 코치, 체육 교사가 선수들의 피를 닦는 등 조치만 이뤄졌습니다.
쓰러진 선수들은 제대로 된 응급조치를 받지 못했고 병원 이송 또한 지연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영상에는 관람객들이 "빨리빨리", "뭐 하는 거야!", "응급 치료사가 없는 것 아냐?" 등 다급한 목소리도 들립니다.
부상자 중 한 명인 진영고 A 군은 안구골과 턱 등 얼굴 부위 7군데 골절, 치아 5개가 부러지는 등 크게 다쳐 인공 뼈 삽입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며, 완전 회복까지 2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장을 찾았던 누리꾼 B 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선수가 크게 다쳤는데 구장 내 의료진을 찾을 수 없었다"며 "피를 흘리며 경련까지 하는 선수를 두고 5분 여를 우왕좌왕하다가 관중석을 향해 119 신고 요청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해당 선수의 누나라고 밝힌 한 누리꾼 C씨는 SNS에 "(동생은) 안면 부상이 심하고 아랫니 중 어금니를 제외한 치아가 부러지거나 흔들리고 윗니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동생의 부러진 치아는 가족과 선수들이 주워야 했다"며 "지난 11일이 고등학생으로서 첫 선발 경기였고, 의욕을 가지고 자신의 할 일을 열심히 하려던 동생에게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저희 가족은 암담하기만 하다"라고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한편 지난 3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배포한 스포츠행사 안전 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고교야구 주말리그 경기장에는 의사와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전문인 1명이 반드시 배치돼야 합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주말리그 운영을 위해 구급차와 간호사 비용으로 하루 40만 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응급전문인력의 역할수행'에 관한 이 매뉴얼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커진 겁니다.
또 해당 매뉴얼은 경기 주최 측에서 안전관리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제작된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에 관해 일각에서는 임수혁 사건 발생 이후 23년 후인 현재도 여전히 한국 야구의 한편에선 미흡한 응급 대처 모습이 남아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은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oheunchae_pr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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