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인이 잔금을 치르지 않아 집주인이 바뀌었어도 임차인의 권리는 침해받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임차인 A씨가 주택의 새로운 소유자인 임대인 B씨를 상대로 낸 보증금반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A씨는 지난 2017년 10월 경기도 광주의 한 신축빌라에 대해 보증금 8천9백만 원을 주고 같은해 10월 13일부터 2020년 3월까지 임대차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기존 임대인이 매매잔금을 지급하지 못해 분양계약이 해제됐고, 새로운 임대인 B씨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이후 B씨 측은 원고에게 ‘최초 분양계약이 해제되었으니 이 사건 주택에서 퇴거하라’는 내용의 증명우편을 발송했습니다.
이에 A씨는 B씨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 반환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B씨도 A씨에게 부동산인도 및 차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했습니다.
1심과 2심은 "최초 임대인이 주택에 대한 매매대금을 일부만 지급한 상태였을 뿐 주택을 완전히 인도받은 상태가 아니였다"며 "적법하게 임대할 수 있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B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2심 재판부는 "기존 집주인이 채무불이행으로 매매계약이 해제돼 임대권한을 상실했다"며 "권한이 없는 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처럼 피고인에게 부동산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주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법원은 최초 임대인에게 적법한 임대권한이 인정된다며 이러한 임대인과 계약한 원고는 대항 요건을 갖췄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최초 임대인은 주택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주택에 관한 임대권한을 부여받아 A씨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며 "매매잔금의 일부를 지급하고 매매계약의 이행으로서 주택을 인도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A씨는 매매계약이 해제되기 전 주택을 임차해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쳐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대항요건을 갖췄다"며 "집주인들 사이의 계약해제로 인해 권리를 침해받지 않는 제3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매매계약이 해제되면 계약으로부터 생겼던 법률효과는 모두 소급적으로 소멸하게 되지만, '해제 의사표시'가 있기 전에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졌고, 등기나 인도 등으로부터 권리를 취득한 제3자의 권리는 보호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한 사례"라고 언급했습니다.
[길기범 기자 road@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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