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 사망사고 '1심 무죄→ 2심 유죄'…현장검증 해보니

무단횡단 노인 치어 숨지게 한 혐의
1심 '무죄' 뒤집혀 2심서 금고 1년에 집유 2년
현장보니 보행자 통로 잦아 무단횡단 예견 가능해

무단횡단하던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가 무죄를 선고 받았던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유죄를 판결 받았습니다.

77세 A씨는 지난 2021년 10월 29일 오후 6시쯤 대구 달성군의 한 왕복 4차선 도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다 무단횡단하던 80세 B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A씨가 전방 주시 의무를 다하지 않아 B씨를 숨지게 했다고 보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A씨는 재판에서 "전방 신호등이 녹색에서 적색으로 변경되면 정지하려고 전방을 주시하던 중 갑자기 검은 물체가 나타났고 급제동했으나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전방 주시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이후 검찰은 재판부에 현장 검증을 요청했고, 재판부는 현장을 찾았습니다. 검찰은 A씨가 탔던 승용차와 같은 차량 그리고 B씨가 입었던 것과 비슷한 옷을 준비하는 등 사고 당시와 비슷한 환경에서 현장 검증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A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사고 장소가 민가, 상점, 버스정류장 등이 있는 일반 도로로 보행자의 통행이 잦았으며, A씨가 무단횡단 가능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전방 주시 의무를 다했더라면 사망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고 본 겁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하는 중한 결과가 발생한 점 등은 인정된다"면서도 "도로를 무단횡단한 피해자의 잘못도 작지 않은 점, 피해자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