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로 뛰어든 4세 아이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 '무죄'

재판부 "운전자가 바로 아동 인지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워"

골목길에서 갑자기 뛰어든 4살 아이가 차에 치어 숨졌지만 시간상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운전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오늘(15일) 인천지법 형사17단독은 지난해 4월 10일 낮 1시쯤 인천의 한 골목길에서 승용차를 몰다 4살 아이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42살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골목길은 음식점 앞 이면도로로, 양쪽에는 주차된 차량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A 씨는 시속 14km로 서행하다가 주차된 차량 뒤에서 갑자기 도로로 뛰어나온 B 군을 들이받았습니다.

B 군은 곧바로 대학병원에 옮겨졌으나 20분 만에 외상성 머리 손상으로 숨졌습니다.

검찰은 A 씨가 이면 도로에서 앞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운전하다 사고를 냈고, 브레이크도 빨리 밟지 않았다고 보고 사건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법원 의뢰로 도로교통공단 인천시지부가 사고 당시 상황을 분석한 결과, 시속 14km로 운전할 때 사람을 발견한 뒤 곧바로 정지할 수 있는 거리는 4.9m로 판단됐습니다.

그러나 도로로 뛰어든 아이를 A 씨가 발견했을 당시 차량 위치와 충돌 지점까지 거리는 3m로 조사됐습니다.

재판부는 "도로교통공단 측 분석은 B 군이 도로로 나왔을 때 A 씨가 곧바로 인지할 수 있었을 때를 전제한 결과"라며 "A 씨가 바로 인지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외상성 머리 손상'이라는 피해자의 사망진단서만으로는 A 씨가 앞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제동장치를 제때 작동하지 않아 피해자를 숨지게 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정다빈 디지털뉴스 기자 chung.dabin@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