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논의 위해 이뤄진 회식 자리라면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 영역"
친분 없는 상사와 단둘이 술자리를 가지고 귀가 중 뇌출혈로 사망한 사례를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2심에서도 인정됐습니다.
오늘(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10부는 사망한 청소경비 노동자 A 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 2심에서 원고 승소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회사 시설관리부 소속으로 청소업무를 담당한 A 씨는 2020년 부서 상사 B 씨와 둘이서 술을 마셨습니다.
이후 귀가 중 술에 취한 상태로 넘어져 뇌출혈을 진단받은 A 씨는 5개월간 치료를 받던 중 2021년 3월 사망했습니다.
같은 해 A 씨의 유족은 회식으로 사고가 났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는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를 산재에 해당하는 업무로 봅니다.
그러나 공단 측은 "해당 회식을 산재보험법 상의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불승인 처분을 내렸고, 이에 불복한 A 씨 유족은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사적 친분 없이 업무 논의를 하기 위해 이뤄진 회식 자리라면 사업주의 지배나 관리 영역"이라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회식 자리에서 두 사람이 장비 구매나 청소 구역별 업무 수행 등 직원들의 불편 사항을 논한 사실을 참작했습니다.
아울러 회식이 2~3차례 미뤄진 상태에서 A 씨가 직원 대표로 참여해 불가피하게 과음한 점도 고려했습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공단은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습니다.
이후 유족과 공단이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지난달 29일 확정됐습니다.
[정다빈 디지털뉴스 기자 chung.dabin@mbn.co.kr]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