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운전자에 의해 하루아침에 유명을 달리하게 된 아홉 살 여자아이.
어제(9일)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한 9세 배승아 양의 빈소가 차려진 대전 한 장례식장에는 유족들의 흐느낌만 흘러나왔습니다.
하루아침에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배양의 어머니 50세 A 씨는 아들 26세 B 씨와 함께 빈소 한쪽 구석에 기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대전 서구 둔산동 음주운전 교통사고 현장 / 사진=연합뉴스. 독자 제공
A 씨는 "사고 나기 15분 전에 '친구들이랑 조금만 더 놀다 들어가겠다'"고 전화가 왔는데 그게 마지막 통화였다고 전했습니다.
엄마가 쥐여준 용돈으로 학용품과 간식거리 사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던 배 양은 사고 당시 친구들과 함께 집 근처에 있는 생활용품점을 들렀다 오는 길이었습니다.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버린 딸의 시신 앞에서 엄마는 되돌릴 수 없는 마지막 순간을 자꾸만 되짚어가며 흐느낄 뿐이었습니다.
A 씨는 "횡단보도 건널 때는 꼭 초록 불인지 확인하고, 손들고 주위를 잘 살피고 건너라고 수도 없이 가르쳤다"며 "차가 인도로 돌진해 딸아이를 앗아갈지 어떻게 알았겠느냐"면서 연신 가슴을 쳤습니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동생을 딸처럼 키워왔던 오빠 B 씨는 넋을 잃은 표정이었습니다.
B 씨는 "(동생) 생일이 한 달여 밖에 안 남았었다"며 "자기 침대를 갖는 게 소원이라고 해서 돈을 모으고 있었는데"라고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유가족들은 어린이보호구역에서의 사망사고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B 씨는 "민식이법 이후에도 스쿨존 사망사고는 계속돼 왔고, 결국 동생이 희생됐다"며 "부디 제대로 된 처벌을 받게 해 더는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오은채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oheunchae_press@naver.com]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