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전 청장 지시로 정부측 여론 조성 혐의
이명박(MB) 정부 시절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지휘 아래 댓글 여론공작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당시 경찰 고위 간부 5명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원범·한기수·남우현)는 오늘(23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모 전 경찰청 정보국장과 황모 전 보안국장에게 원심을 파기하고 각각 징역 8월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정 전 정보심의관 등 2명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세 사람은 일부 댓글 작성 지시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처벌 대상인 '의무 없는 일을 시키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폭 감형 받았습니다.
재판부는 "경찰임을 드러내며 댓글을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개별 댓글이 국민 여론 형성에 위법하게 개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국민 여론 형성에 경찰의 의무가 없는 일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피고인들이 사이버 여론 대응팀을 조직해 일반인이 정부 정책에 우호적인 생각을 가진 것처럼 여론을 형성한 것은 명백히 헌법에 반하는 행위"라면서도 "다만 경찰 조직의 위계질서상 조현오 전 청장의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던 점은 유리한 사정"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만 국정원 등 기타 여론 대응에 비해 (규모가) 적고, 대응팀이 댓글 작업뿐만 아니라 다른 여론에 대응도 했다는 점은 일부나마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했습니다.
김 전 국장 등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과 공모해 2010년 2월~2012년 4월 경찰청 정보국과 보안국 등 소속 경찰관들을 동원해 정부에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들은 2010년 1월 조 전 청장으로부터 인터넷 여론대응팀 운영 검토를 지시받은 뒤 서울지방경찰청 산하 정보경찰 위주로 100여명 규모모의 'SPOL'(Seoul Police Opinion Leader)이란 댓글 전담팀을 만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시 경찰은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구제역, 김정일 사망, 유성기업 노동조합 파업, 반값 등록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제주 강정마을 사태, 정치인 수사 등 여러 사안에 걸쳐 댓글 대응을 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한편, 조 전 청장은 이들보다 먼저 기소돼 작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 형이 확정됐습니다.
[김가은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imke399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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