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문 정부, 남북 관계 경색 우려해 북송"
서훈, 국정원 실무진 우려에도 "그냥 해"
서훈, 국정원 실무진 우려에도 "그냥 해"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당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등이 북한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기 위해 실무부서의 반대에도 북송을 밀어붙인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MBN이 국회를 통해 입수한 문재인 정부 당시 국가 안보라인 최고위직에 대한 공소장에는 이같은 내용과 함께 당시 북송이 이루어진 경위에 대한 검찰의 해석이 담겼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북송 당시 정부는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협상 결렬 이후 북한과의 화해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으며, 김정은 전 국방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 모친상 중에 조의문을 보내자 감사의 뜻을 전하는 취지로 11월 25일 한아세안정상회의에 김 전 위원장을 초대하려고 했습니다.
이 친서는 2019년 11월 4일 전후로 북한에 보낼 예정이었는데, 친서를 보내면서 탈북 어민 2명도 함께 북송할 계획을 세웠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당시 이들을 북한에 송환함으로써 우리 정부가 북한과의 화해와 협력을 통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북한을 존중한다는 의지를 보여주자는 방침을 세웠다는 겁니다.
공소장에는 당시 서 전 원장이 실무진 의견에 반해 북송을 밀어붙인 정황도 자세히 담겼습니다.
서 전 원장은 11월 3일 오후 국정원이 어민들이 중대범죄를 자백했다는 보고서를 보고하자 "흉악범인데 그냥 돌려보내면 안 되나"라고 말했으며, 다음날 새벽에도 김준환 국정원 3차장에게 "16명이나 죽인 애들이 귀순하고 싶어서 온 거겠냐. 자기들 살려고 온 것이지. 우리는 북송하는 방향으로 조치 의견을 넣어서 보고서를 만들어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김 전 차장이 "대공수사국 설득이 가능하겠습니까. 두 번이나 실무부서에서 반대한 것을"이라고 반응하자, 서 전 원장은 "그냥 해. NSC에서 다른 의견도 있을 수 있으니까. 우리는 그냥 그 의견을 내"라고 지시했습니다.
다음날 노영민 전 비서실장이 주재한 회의에서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북송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냈지만, 노 전 실장은 "남북 간 특수관계를 고려할 때 북송이 가능하다"고 강제 북송으로 잠정 결론 내리며 탈북 어민들은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습니다.
[심가현 기자 gohyun@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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