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의료 기피 현상·수도권 집중 등이 주요 원인
산청군 "지역민 진료 공백 막기 위해서라도 대책 마련해 채용할 것"
산청군 "지역민 진료 공백 막기 위해서라도 대책 마련해 채용할 것"
경남 산청군이 지난해부터 세 차례 내과 전문의 채용을 하고 있지만,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17일 산청군에 따르면 산청 보건의료원 내과 전문의 채용을 위해 지난해 11월 23일~12월 6일 1차에 이어 12월 9~29일 2차 채용공고를 냈지만, 지원자는 없었습니다.
이에 산청군은 지난 2일부터 오는 25일까지 3차 공고를 다시 냈지만 역시 문의 전화가 없었습니다.
채용 조건으로는 연봉 3억6000만원(세전)으로 전국 보건의료원 15곳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임금입니다.
이는 월 3,000만 원으로, 타지역 공공의료원 ‘페이 닥터(봉급 의사)’와 비교해도 적은 편이 아니라고 의료원은 설명했습니다. 내과가 있는 충남 청양, 경기 연천, 강원 평창·화천 지역 의료원은 월 1,600만 원~2,300만 원 수준입니다.
△"필수 의료 기피 현상·수도권 집중 겹쳐 나타난 현상…책임 소재 가리는 것에 부담도 있어"
하지만 2년 계약직에 1년 단위로 재계약이 가능한 ‘비정규직’이며, 근무 시간은 주 5일, 하루 8시간입니다. 채용된 내과 전문의가 맡는 업무 외래·입원 환자 진료, 기타 채용자가 지정하는 업무, 일반진료와 건강상담입니다.
산청 보건의료원은 원장 1명과 군 복무를 대신해 의료 취약지역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 7명이 진료를 봅니다.
종합병원급 진료와 입원 치료가 가능해 지역민들이 자주 방문하며, 이곳을 찾는 환자는 하루 평균 150여 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당뇨나 고혈압 등 내과 진료를 봅니다. 하지만 내과 전문의가 없어 지난해 4월부터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한 개원의는 “입원 병상이 있는 병원을 내과 의사 1명으로 운영한다고 하는데 주 52시간이 지켜지겠냐”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내과 응급의학과 등을 전공하지 않는 '필수 의료 기피 현상'과 '의사 수도권 집중'이 겹쳐 나타난 문제라고 지역 의료계는 보고 있습니다. 산청의료원은 대도시 지역보다 문화·교육 등 생활 여건이 좋은 편이 아니어서 지원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산청군보건의료원 업무대행의사(내과전문의)채용공고 / 사진 = 산청군의료원 홈페이지
또한 의료 사고 등 책임 소재를 가리는 것에서 의사들이 부담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채용 공고에는 공개되지 않은 내용이지만, 지난해 11월 12일 시행된 ‘산청군보건의료원 지역 보건의료 사업 업무 대행에 관한 조례’에 따라 업무대행 의사로 채용되려면 신청서와 계약서를 별도로 작성해야 합니다.
특히 계약서에는 손해보험 가입 조항이 담겼는데, 계약서에는 ‘업무 대행자(의사)는 자신의 귀책 사유로 산청군수가 입게 될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계약 체결 후 산청군수가 정하는 일정 금액 이상으로 산청군수를 피보험자로 하는 손해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이는 공무원 급여 체계에서 억대 연봉을 책정할 수 없어 나온 방책으로 보이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책임을 전적으로 느껴야 하므로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산청군 관계자는 "올해 채용공고에도 지원자가 없으면 지역민 진료 공백을 막기 위해서라도 연봉을 올리는 등 대책을 마련해 다시 채용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산청군은 이날 산청의료원 응급실에서 근무할 간호사 채용 공고도 올렸습니다. 기간은 올해 연말까지이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 5일, 2교대 야간 및 공휴일 근무 조건으로 월급은 240만 원입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iyoungkim47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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