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침대'서 9세 여아 성추행한 촉법소년, 징계 없이 무사 졸업

피해 아동 부모 “초등학생이 감히 이런 생각을…”
법무부, ‘촉법소년 연령 하향’ 법 개정 예고

경기도 한 아파트 옥상에서 13살 남학생이 9살 여아를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한 아파트 옥상, 눈더미로 만든 ‘눈 침대’ 위에서 9세 여아 A양이 13살 남학생 B군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지난 10일 MBC가 보도했습니다.

B 군은 당시 방과후 학교를 마치고 하교 중인 A 양에게 장난감을 주며 함께 놀자고 옥상으로 유인했습니다. 따라간 옥상에는 두께 10cm 정도 직사각형 모양의 눈더미가 있었습니다. B 군은 이를 ‘눈 침대’라고 부른 것으로 전해집니다.

성추행을 당한 A양이 집에 가겠다고 하자, B 군은 가명을 말하며 전화번호를 받아내 연락을 취했습니다.

B 군은 “옥상에서 하던 놀이를 보여주겠다”며 부적절한 영상을 보냈고, 신체 특정 부위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A 양이 거부할 경우 “그럼 못 놀겠다”며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A 양이 “집에 다른 가족이 있다”고 말하면 화장실에 들어갈 것을 종용해 영상통화를 걸어 또 성추행했습니다.

A양의 피해 사실이 알려진 건 방과후 학교 교사가 A 양의 문자를 확인한 뒤 경찰에 신고하면서입니다.

경찰이 B 군의 번호를 조회한 결과, 가해 학생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같은 학교 6학년 남학생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가해 학생은 학교 측으로부터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고 무사히 졸업했습니다.

학교 측은 A 양 가족들에게 “남학생이 피해 다니기로 했다”는 설명만 남겼을 뿐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가해 학생의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B 군은 13살 촉법소년이라 처벌이 제한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A양은 이번 사건으로 혼자 엘리베이터도 탈 수 없을 정도로 큰 심리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A 양의 부모는 “처음에는 이게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어떻게 초등학생이 감히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나”라며 “만난 적은 없지만 알고 보니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자체가 너무 두렵다”고 토로했습니다.

경찰은 A 양에게 스마트워치를 제공하고 가정용 CCTV를 달 수 있도록 조치한 상태입니다.

한편,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 ‘촉법소년’은 보호처분 대상입니다. 경찰이 직접 사건을 가정법원 또는 지방법원 소년부에 송치해 보호사건으로 처리합니다. 소년재판에선 1호부터 10호까지의 보호처분이 내려지는데, 소년원 송치 처분에 해당하는 건 9호(1년)와 10호(2년)입니다. 중범죄를 저질러 소년재판에 회부되더라도 사회와 격리되는 기간은 최장 2년입니다. 전과 기록도 남지 않습니다.

현 정부는 법무부의 범죄소년 연령 상한을 현행 만 14세에서 만 13세로 낮추고, 소년보호사건 절차를 개선하는 등 소년범죄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소년법·형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바 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 기자 jzero@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