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내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두고 현직 판사가 공개 비판에 나섰습니다.
송승용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최근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평가한 글을 올렸습니다.
해당 글에서 송 부장판사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2019년 정기인사부터 시범실시된 이래 일부 부적절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며 "대표적으로 대법원장이 보임한 각급 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가 법원장 후보로 추천되고 법원장에 보임된 사례가 다수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송 부장판사는 "수석부장판사 보임에는 법관 의사가 반영되는 민주적 통제장치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데 이렇게 수석부장판사로 임명된 법관이 법원장으로 추천되고 임명받을 사실상의 우선권을 부여받는다면 대법원장 인사권 분산과 견제라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 효과가 반감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송 부장판사는 "법관 의사 반영이 아닌 특정인을 배제하거나 전제하는 듯한 인사도 있었다"며 몇 가지 사례를 지적했습니다.
먼저 지난 2019년 의정부지방법원장 보임 당시 법관들이 단독 추천한 모 부장판사를 두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재직기간과 사법행정경험 부족'을 이유로 거부한 점을 거론했습니다.
또 지난 2020년 서울회생법원장 보임 당시에는 '해당분야 전문성'을 강조하며 상급심 법원 판사는 보임하지 않는 원칙을 깨고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사법행정자문회의 법관인사분과위원장 출신 모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법원장으로 임명한 반면, 불과 1년 뒤인 지난해 서울행정법원장 보임 당시에는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당시 문재인 대통령 자문기구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 출신 부장판사를 법원장으로 임명한 점을 모순된 사례로 지적했습니다.
송 부장판사는 "이런 몇 가지 사례만으로도 법원장 후보 추천제 취지에 반하는 대법원장의 자의적 인사권 행사 또는 부적절한 제도 운영이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법조계에서는 내년 1월 임명될 법원장 후보를 추천한 전국 지방법원 12곳 중 대략 10곳에 현직 수석부장판사가 최종 후보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후보를 추천한다는 애초 취지가 빛이 바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판사는 "이번 인사에서 투표 결과 1등이 아닌 수석부장판사를 법원장으로 임명할 경우 그에 합당한 이유와 함께 엄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송승용 부장판사는 "개선할 점이 있음에도 논의가 시작된 배경과 목적을 고려해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대법원장은 실제 법원장 보임 과정에서 제도 취지를 반영해 보임하고 이 과정에서 보임 원칙과 기준, 절차 등이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송 부장판사는 앞서 지난 2009년~2015년까지 법원 내부망에 법관 인사 등에 비판적 의견을 올렸다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돼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며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3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우종환 기자 woo.jonghwan@mbn.co.kr]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