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교사에 교권은커녕 인권조차 없어"
"교육부·학교 측, '학생 인권' 언급하며 쉬쉬"
"교육부·학교 측, '학생 인권' 언급하며 쉬쉬"
최근 한 고등학교에서 진행한 교원평가에서 학생이 교사를 향해 노골적이고 저속한 표현으로 성희롱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오늘(4일) 서울교사노조에 따르면 세종시의 한 고등학교 학생이 최근 교원평가 자유서술식 문항에 "ㅇㅇ(교사 이름) XX 크더라 짜면 모유 나오는 부분이냐?", "그냥 김정은 기쁨조나 해라 XX", "ㅇㅇ(교사 이름) XXX 너무 작아" 등을 적어 제출했습니다. 여교사의 특정 신체 부위들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성희롱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노조는 "해당 발언을 한 학생에 대해 학교에서도, 교육청에서도, 교육부에서도 '익명 보장 원칙이므로 추적이 불가하다'고 하고 있다"며 "교사들은 익명성에 기댄 인신공격, 모독, 비난 등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며 심각한 수위의 성적 발언을 한 학생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로 수업을 하고 학생들을 마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노조는 이같은 일이 빈번하다고 주장하면서 "그동안 많은 교사가 자유서술식 문항을 통해 인격 모욕·성희롱을 당해 왔다. 서술식 문항 자체를 읽지 않는 교사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심각한 성희롱 발언이 발생하는 상황에도 학교로부터는 '교육과 계도를 위해 학생이 자수할 기회를 주면 좋겠다', '가해 학생이 토끼몰이당해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등의 답변이 돌아온다"며 "교원이 정신적으로 망가지고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은 들지 않는 것 같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런 성희롱까지 감수해야 하는 직장이라면, 제자들에게 최소한의 존중마저 기대할 수 없고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처벌과 교육도 기대할 수 없다면 이 직업에 가졌던 긍지와 사명도 모두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며 "학생인 가해자만 인격체가 아니다. 피해 교원들도 모두 인격체다"라고도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사건을 공론화하고 교원평가 익명성에 기댄 범죄와 인신 모독의 장으로 변질된 상황에 교육 당국의 응답 및 조치를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kyanna11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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