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소방재난본부 홈페이지에도 800개 이상 옹호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본인도 "경찰이 어떻게든 날 엮으려"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본인도 "경찰이 어떻게든 날 엮으려"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을 입건한 가운데 소방 내부에서 최 서장에 대해 "그 자리에 제가 있었어도 그분보다 더 잘했을지 의문"이라며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서울소방노조도 성명서를 내고 "용산소방서장 입건은 꼬리 자르기"라고 규탄했습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홈페이지에도 최 서장의 입건을 강력 규탄하는 글이 800개 이상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김주형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장은 오늘(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을 통해 "(최 서장은) 현장 대원들보다 먼저 뛰어가셨고 사고 발생하는 그 시간도 현장에 계셨다"며 "제가 생각하기에 이 사람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사실 그렇게 하는 게 쉽지 않다. 과연 내가 저 자리에서도 저렇게 했을까. 그런데 이 분을 입건하면 도대체 우리의 임무는 어디까지인가"라고 최 서장의 입건에 대해 부당하다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20명 이상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취해지는 소방대응 2단계 발령을 늦게 했다, 30분 공백을 초래했다'고 전해지는 최 서장의 입건 이유에 대해선 "2단계 발령이 나기 전까지 지휘관이 현장에 대한 부분을 확인해야 하는데, 제가 알기에는 단순히 골목 앞쪽에서 봤을 때 큰 사고가 아닐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어서 뒤쪽으로 돌아가서 현장을 확인하려고 했다더라"며 "그런데 이때 이미 시간이 많이 지체된 거다. 인파가 너무 많다 보니까 뒤쪽으로 가는데도 시간이 소요돼 버렸다(더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김 본부장은 "2단계 발령하는 건 꼭 서장이 발령해야 하는 게 아니고 상황실에 계신 분도 발령할 수 있고, 서울소방재난본부에서 발령할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또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구급차가 용산소방서 소속이 아니라 종로소방서 소속이었다'는 지적엔 "정말 현장을 모르는 분들 (이야기)"라며 "용산구급차가 현장에 대기하고 있었는데 이태원 인근에서 환자가 발생해서 출동한 거다. 출동해서 병원에 갔다가 이송하는 단계였다. 인력이 많고 장비가 많아서 이태원 (참사) 대비해서 계속 그 자리에 머물면 좋겠지만 출동도 해야하는 부서다. 출동했던 걸 갖고 뭐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순천향대병원을 임시영안소로 지정을 했는데, 이것이 해당규칙 위반일 수도 있다'는 보도에 대해선 "응급실이랑 영안실이랑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며 사망자들을 순천향대병원으로 이송했다고 해서 응급 환자 치료에 지장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반박했습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서울소방지부는 전날(8일) 성명서를 내고 "행안부, 경찰의 책임 지휘부는 빠진 채 실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수사결과를 보면 도대체 이 사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분노스럽기만 하다. 정부의 책임자와 지휘 라인에 있던 고위직에 면죄부를 주는 실무자급 꼬리자르기식의 경찰수사는 국민의 바람을 저버리는 무책임한 방향"이라며 최 서장에 대해 "사고 당일 자원해서 이태원 119센터에서 대기했고 사고 접수 후에는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지휘했던 사람"이라고 옹호했습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코너에는 최 서장을 옹호하는 게시글이 800개 이상 올라오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말도 안 되는 입건이다", "이태원 사고 시 현장브리핑 할 때 손이 떨리는 모습보고 눈물이 났다", "일선에서 고생한 분들에게 책임을 넘기는 모습이 개탄스럽다" 등의 의견을 남겼습니다.
앞서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는 '소방서장'이 주요 키워드로 올라오고 관련 글이 1만 개 이상 게재되는 등 최 서장의 입건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습니다.
최 서장 본인도 KBS와의 통화에서 "참사 당일 자원해서 근무에 나섰고, 호텔 앞은 아니지만 인근 '이태원 119안전센터'에 계속 있었다. 센터 CCTV에 그 모습이 다 담겨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10시 28분쯤 현장으로 가서 대응을 총괄했다"며 "경찰이 어떻게든 나를 엮으려 한다"고 강한 불만을 표했습니다.
한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최 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피의자로 전환해 입건한 바 있으며, 전날(8일)에는 용산소방서에 위치한 최 서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섰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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