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을 상대로 성매매를 한 기지촌 여성들에게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기지촌 여성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들에게 각각 300만원에서 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고의 기지촌 조성·관리 및 성매매 정당화 행위는 윤락행위등방지법을 위반한 것일 뿐 아니라 인권존중 의무 등을 위반해 위법하다"며 "원고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당함으로써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장기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피고의 행위는 과거사정리법상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에 해당돼 장기소멸시효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1950년대부터 전국 미군부대 근처에 위안시설을 지정하고 여성들을 집결시켜 기지촌 운영에 관여해왔다. 공무원으로 하여금 여성들에게 영어회화 등 교육을 시키고 여성들을 애국자로 지칭하며 노후보장 등 혜택을 약속하기도 했다.
정부는 기지촌 여성이 성병에 걸리면 법적 근거 없이 격리수용해 페니실린 치료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1심은 격리수용치료에 대해서만 위자료를 인정해 정부가 각 원고들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기지촌 조성·관리 등 정부의 불법행위를 폭넓게 인정하며 300만~7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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