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원화 약세로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한 가운데, 파산한 기업의 재산이 경매절차에 들어갔을 때 근로복지공단이 근로자를 대신해 임금채권에 대한 우선배당을 요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기업이 파산하면 근로복지공단이 근로자들에게 밀린 임금 등을 지급하고, 파산 기업의 재산을 처분할 때 해당 금액을 돌려받는데, 이렇게 근로복지공단이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대신 행사(대위)할 때도 이를 우선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는 취지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사가 파산한 주식회사 B사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배당이의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최근 확정했다.
쟁점은 근로복지공단이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대위하는 경우에도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파산한 기업의 근로자는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으로부터 최종 3개월분의 임금과 퇴직금, 재해보상금을 우선 변제받을 권리(최우선임금채권)가 있지만 채무자회생법 제415조 2 단서에서 '해당 채권을 대위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사건 조항 단서는 근로복지공단이 경매절차에서 직접 배당금을 수령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라며 "최우선임금채권을 대신 행사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우선변제권을 제한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그동안은 기업이 파산해도 근로자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이렇게 지급한 금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코로나19 위기로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 늘어난 상황에서 근로복지공단 기금이 건전하게 운영될 수 있게 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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