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픈카 사망 사고 항소심서 징역 4년…살인혐의는 무죄

예비적 공소사실인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 혐의만 '유죄'

제주 여행 중 오픈카를 몰다 차량이 전복돼 여자 친구를 숨지게 한 ‘제주 오픈카 사망사고’의 피의자 A (35) 씨가 항소심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위험운전치사) 혐의가 인정돼 법정구속 됐습니다.

28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이경훈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원심에서 무죄를 받은 '제주 오픈카 살인사건' 피고인 A 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그동안 불구속 재판받아왔지만 이날 실형 선고를 받아 법정 구속됐습니다.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살인혐의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직접 증거가 없는 사건에서 간접 증거만으로 유죄가 인정되려면, 법관이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의 범행 동기 등이 있어야 하고, 압도적이고 우월한 증명이 있어야 하는데 A 씨의 사건의 경우, 그렇지 않습니다.

재판부는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없었습니다.

다만 재판부는 검찰이 2심 과정에서 주된 공소사실인 살인죄에 더해 예비적으로 추가한 공소사실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위험운전치사)에 대해서는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만취 상태로 오픈카를 몰다 사고를 내 피해자를 숨지게 했고, 피해 결과가 중한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까지 피해자 유가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유가족은 엄벌을 요청한다. 다만, 피고인이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는 점,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고려했다"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한편 A 씨는 지난 2019년 11월 10일 새벽 제주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18%의 만취 상태로 오픈카인 머스탱 컨버터블을 운전하다가 고의로 사고를 내 함께 타고 있던 B(28‧여)씨를 숨지게 한 혐의가 있습니다.

이들은 A 씨와 연인 B 씨가 연인이 된 지 '300일 기념'으로 제주 여행을 왔다가 발생한 사고로, 도로 연석과 주차된 경운기를 연이어 들이받았습니다.

이 사고로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던 여자친구 B 씨가 차 밖으로 튕겨 나가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장기간 의식불명 상태로 지내다 2020년 8월 끝내 숨졌다.

검찰은 "B 씨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차량 경고음이 울렸는데, 그 직후 제한 속도 시속 50㎞ 구간에서 시속 114㎞로 과속 운전을 해 고의로 사고를 냈다"며 살인죄를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심은 "제출된 증거만으로 살인죄를 적용하긴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은 "피고인이 사고를 내기 전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강렬한 증오심이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 뿐만 아니라 살해 방법으로 자칫하면 자신도 다칠 수 있는 교통사고를 택한 점도 이해 안 된다"라며 무죄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 피해자 언니는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연결해 "사람이 죽었다. 그런데도 징역이 4년밖에 안 된다. 내 동생의 죽음이 고작 그것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니 화가 난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