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광해광업공단 직원 250여명 중 120여명, 가해자 선처 탄원서 서명
직장 내 성폭력 피해 고충 상담원 3명도 포함…기관 경고 및 주도자 징계
직장 내 성폭력 피해 고충 상담원 3명도 포함…기관 경고 및 주도자 징계
최근 한 공기업이 직장 내 성추행 피해를 입은 직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지 못해 정부로부터 경고 처분을 받았습니다.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영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한국광해광업공단에 '기관경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2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막지 못했다"며 공단에 기관경고를 권고한 데 따른 것으로, 당시 인권위는 공단 전 직원에 대한 인권 교육을 실시할 것과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수립할 것 역시 권고했습니다.
발단이 된 성희롱 사건은 지난 2019년 10월에 일어났습니다. 당시 공단 직원 A씨는 출장 가는 차 안에서 피해자가 잠든 틈을 타 수차례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고, 잠에서 깬 피해자가 항의하자 "미안해 괜히 막 마음이, 관심이 갔나봐"라며 자신의 범행을 인정함과 동시에 변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사건을 맡은 대전지법 1심 재판부는 A씨의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과 고통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이후 A씨는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와 상고했으나, 항소심과 상고심 모두에서 이를 기각함에 따라 형을 확정받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법원의 판결과 달리 직장 내에서 A씨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는 점이었습니다.
A씨와 그 동료 직원 B씨는 동료들로부터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에 서명을 받았는데, 탄원서에는 "A씨는 강제추행 범행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다", "A씨의 호의에 의해 발생한 일이다", "피해자의 오해로 인해 비롯된 사건이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공단의 전체 직원 250여명 중 절반에 가까운 120여명이 탄원서에 서명했고, 이들 중에는 직장 내 성폭력 피해를 상담하고 처리하는 고충 상담원 3명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피해자는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고, 인권위는 이 같은 한국광해광업공단의 집단 탄원을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맞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후 인권위는 공단 측에 집단 탄원을 주도한 B씨를 징계할 것을 권고했고, 공단은 B씨에게 견책 처분을 내렸습니다. A씨의 경우 이미 형이 확정된 뒤 면직 처리된 상태라 2차 가해로 인한 징계는 따로 받지 않았습니다.
박 의원은 "공단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가해자를 두둔했다는 사실은 피해자에게 가혹한 고통이었을 것"이라며 "성 비위는 신속한 사건 처리뿐 아니라 2차 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B씨는 공단 측의 견책 처분에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권지율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ldbf99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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