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의 기지와 경찰의 침착한 대응으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은 사례가 연이어 밝혀지며 화제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에서 40년째 택시 기사로 일하는 A씨는 지난 26일 오후 4시9분 중랑구 묵동에서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을 태웠다.
남성은 목적지를 묻는 A씨에게 제기로(제기동)라고 말했으나 정확한 위치는 몰랐다. 이에 수상함을 느낀 A씨가 "뭐 하러 가느냐"고 재차 물었는데 "심부름 간다. 돈 전달하러 간다"는 답변을 듣고 보이스피싱을 의심했다.
A씨는 이에 "지금 하는 일은 보이스피싱이고 큰 범죄다. 경찰에 자수해라. 초범이면 정상이 참작된다. 내가 경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진술해주겠다"며 남성이 자수하도록 설득했다.
결국 A씨의 설득에 남성은 자수를 결심했다. 동대문경찰서는 남성이 가지고 있던 현금 2300만원을 확보하고, 그가 만나기로 한 2차 전달책을 유인해 검거했다.
택시기사의 기지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하거나 관련자들을 검거한 건 이번이 처음있는 일이 아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지난 12일 보이스피싱으로 가로챈 돈을 총책에 넘긴 혐의(사기)로 A(19·여)씨를 붙잡았다.
A씨는 금융기관 직원 행세를 하며 '일시 상환하면 금리가 낮은 대출상품으로 바꿔주겠다'는 방식으로 보이스피싱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돈을 가로채 총책에게 넘기려던 A씨의 범행은 택시 기사에 의해 들통났다.
당시 택시기사는 서류가방도 없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계약하러 간다는 A씨를 미심쩍게 여겼고, 목적지인 광주에 도착하자마자 동료 기사에게 연락해 '경찰 신고를 대신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에서 구례를 오가던 택시기사 역시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붙잡는 데 기여했다. 전남경찰청 최보현 수사부장(경무관)은 지난 24일 지방청에서 택시기사 2명에게 감사장과 신고보상금을 전달했다.
한 택시기사는 지난 8일 광주~구례까지 택시를 이용한 70대 승객이 택시 안에서 한 통화내용을 수상히 여겨 경찰에 신고했다. 이 신고로 구례경찰서는 피해금 1억2000만원을 회수했다.
같은 날 또다른 택시기사도 광주~목포까지 택시를 이용한 승객을 보이스피싱 피해자로 보고 신고해 피해금 2000만원을 회수하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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