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경쟁매매의 본질 상실했다고 보기 어려워"
범LG그룹 총수 일가가 과세당국의 세금 부과 처분에 불복해 낸 행정소송 1심에서 이겼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이재연 전 LG카드 대표 등 5명이 낸 양도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17∼2018년 세무조사 끝에 LG그룹 재무관리팀의 주도 아래 총수 일가 중 한 명이 매도 주문을 내면 다른 사람이 곧장 매수하는 방식으로 주식을 서로 거래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국세청은 이 같은 방식으로 오간 167만여 주가 소득세법상 '특수관계인 사이에 시가보다 저가로 경제적 합리성 없이 거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2018년 5월 총 70억 7천만여 원의 양도소득세를 추가로 부과했고, 구 대표 등은 "한국거래소 장내 경쟁매매 방식으로 주식을 양도했을 뿐 특수관계인 간 거래로 볼 수 없다"며 2020년 9월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거래소 시장에서 경쟁매매는 특정인 간의 매매로 보기 어렵고, 이 사건 거래가 경쟁매매의 본질을 상실했다거나 경쟁매매로 보기 어려울 정도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이 사건 과세 처분은 모두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해당 정황에 대해 원고들이 의도한 게 아닌 거래소 시스템에 의한 우연한 결과라고 본 겁니다.
법원은 최근 있었던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이 낸 양도소득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도 동일한 판단을 내렸습니다.
국세청의 고발로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구 대표를 비롯한 범LG 총수 일가 14명과 임원들을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지만 1·2심에 이어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도 최종 무죄 판단이 나왔습니다.
[ 정태웅 기자 | bigbear@mbn.co.kr ]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