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평택의 한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초등학생 2명을 덮쳐 1명을 숨지게 한 굴착기 기사가 구속됐다.
하지만 굴착기는 자동차로 인정되는 건설기계가 아니어서 가해자를 가중처벌할 수 있는 이른바 민식이법(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적용되지 않았다.
10일 경기 평택경찰서에 따르면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전날 오후 굴삭기 기사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열어 도주우려 등이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에게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상), 도로교통법 위반(사고후 미조치) 혐의가 적용됐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치사·상 사고의 경우 민식이법 적용이 가능하지만 굴착기는 해당 법에서 정한 자동차나 건설기계 11종(덤프트럭 등)에 포함되지 않아 사각지대로 드러났다.
A씨는 지난 7일 오후 4시께 평택시 청북읍 한 초등학교 앞에서 굴착기를 운행하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B양(11) 등 2명을 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고로 B양이 숨지고 또 다른 학생이 다쳤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직진신호가 적신호로 바뀌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주행하다가 사고를 냈다. A씨는 별다른 조치 없이 3㎞가량 계속 주행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사고를 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로 민식이법의 사각지대가 드러나자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상은 법정형이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사고 후 미조치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반면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자동차 등의 사고로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법정형에 큰 차이가 난다.
네티즌들은 "내연기관에 의해 네개 바퀴로 움직이는 원리는 (굴착기도)다 똑같다"면서 "건설 중기를 자동차로 취급하지 않는 자체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굴착기가 자동차에 해당하지 않으면 화물로 취급해 운송가능한 차량에 적재하여 이동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굴착기는 무적인가? 법 제정 똑바로 하라"고 분노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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