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구 방화 테러 사건을 언급하며 위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했다." (변호사 A씨)
"수감 중인 제소자가 '출소 후 찾아가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했다." (변호사 B씨)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 이후 대한변호사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 응답의 일부다. 당사자로부터 피가 묻어있는 편지, 사진 등으로 보복 협박을 받은 변호사도 있었다. 소송 관계인으로부터 구체적인 청부살인 협박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실제로 인력을 동원해 법원, 법률사무소 등에서 위력을 행사하며 협박한 사례도 집계됐다. 의뢰인으로부터 주먹질, 목조름 등을 당한 변호사도 있었다. SNS 등을 통해 변호사의 신상을 조사해 변호사와 그 가족에게 위해를 가할 것처럼 협박하기도 했다.
대한변협은 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변협회관에서 '법률사무소 방화 테러사건 대책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변협이 지난 15~27일 전국 변호사 회원 총 1749명(1차 1205명, 2차 5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 48%가 의뢰인, 소송 상대방 등으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았다고 답했다.
신변 위협 주체는 소송 상대방 또는 그 지인이 48%, 의뢰인 또는 그 지인이 44%였다. 신변 위협 행위로는 폭언·욕설 등 언어 폭력 45%, 과도한 연락 등 스토킹 행위 15%, 방화·살인 고지·폭력 등 위해 협박 14%, 자해·자살 암시 9% 순으로 집계됐다. 응답한 변호사의 65%가 자기 보호 방호 장구 필요성을 느낀다고 답했다. 방호장구 별로는 분사형 가스분사기 38%, 분말형 가스분사기 23%, 보급형 삼단봉 33% 순이었다.
대한변협은 변호사의 테러의 근원에는 '사법 불신' 풍토가 자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변협은 "(의뢰인·소송 상대방이)사법기관에 대한 불신을 가까인 대면하는 변호사에게 표출한다"며 "사법 불신으로 패소의 이유를 변호사의 불법·부당한 업부처리라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석화 대구변회 회장은 "(대구 참사는)변호사제도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사법테러라는 점과 (그 근간은)법원 판결을 신뢰하지 못하는 사법 불신에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변협은 법률사무소 종사자 정기 안전교육, 방법·경비 업체와의 업무제휴, 방호 장구 공동구매 추진 등을 변호사 테러를 방지하는 단기적 대책으로 내놨다. 장기적 대책으로는 '사법 불신' 해소를 위한 정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종엽 변협 회장은 사법 불신 해소 대책으로 "재판 전 양측 당사자들이 가진 증거를 상호 공개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확인하는 미국식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제도) 등이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변협은 내달 1일 김미애 국민의힘 국회의원실과 법조·의료 종사자 상대 테러 방지 입법대책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개최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변호사와 그 사무직원에 대한 폭행·협박·위계·위력 등 업무방해나 기물 파괴 등을 하는 경우 가중처벌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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