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 살인 사건'의 용의자인 이은해씨(31)가 중학생이었을 때부터 성매매와 절도, 협박, 폭행 등으로 경찰에 상습적으로 입건된 사실이 드러났다.
9일 채널A는 경찰 기록을 바탕으로 이씨가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15세에 처음으로 경찰에 붙잡힌 뒤 최소 9회 입건됐다고 보도했다.
이씨는 2006년 7월 성매수 남성으로부터 16만원을 받고 이른바 '조건만남'을 가져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이후로도 조건만남을 미끼로 남성들을 만나 지갑과 시계 등을 훔쳤다. 대부분 친구들과 함께였다. 이씨의 절도 행각은 2009년까지 이어져 소년부 재판에 회부된 것만 5번에 달한다.
이씨는 임신 중이던 2010년에는 나이트클럽에서 다른 방문자들과 시비가 붙어 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남편과 관련된 보험사기 이외에 4건의 보험사기 혐의로 검찰 송치됐다.
이를 종합하면 이씨는 계곡 살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경찰에 최소 9차례 입건된 셈이다. 이처럼 10대에 이미 범행을 저질렀다가 상습범으로 성장하게 된 이씨는 단순 범죄에서 보험 사기와 같은 복잡한 범죄로 범행 방식을 확대해 온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씨는 공범 조현수씨(30)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수영을 못하는 A씨에게 계곡에서 다이빙을 하도록 강요한 뒤 구조하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A씨 명의의 생명보험금 8억원을 타내기 위한 범행으로 추정된다. 처음 이 사건을 담당한 가평경찰서는 변사사건으로 결론 내리고 내사 종결했지만, 유족과 지인의 제보로 일산서부경찰서에서 재수사가 실시됐다. 일산서부서는 약 1년간의 재수사 끝에 이씨와 조씨를 살인 및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인천지방검찰청은 주거지 압수수색과 휴대 전화 디지털포렌식 등 보완 수사를 통해 추가 범죄 정황을 밝혀냈다. 이씨와 조씨가 2019년 2월에도 강원도 양양군 한 펜션에서 A씨에게 복어피를 섞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고 했으나 독성이 치사량에 못 미쳐 미수에 그친 것과 경기도 용인시 한 낚시터에서 A씨를 물에 빠뜨려 익사시키려다가 잠에서 깬 지인에게 발각돼 실패한 것 등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13일 이씨와 조씨를 불러 1차 조사를 마쳤다. 이씨가 변호사를 선임한 점과 출석 요구를 할 때마다 연락이 잘 닿아 협조적이었던 점 등을 고려해 불구속 수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씨와 조씨는 다음 날 진행하기로 한 2차 조사에 불응하고 잠적했다. 검찰은 이씨와 조씨를 지명수배하고 추적했으나 두 사람의 행방은 아직까지도 묘연한 상태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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