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묘미는 또 '치맥' 아니겠어요?"
지난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소재 잠실야구장. '2022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 간 경기를 보러 온 대학생 A씨는 한 손에 응원봉, 다른 손에 치킨과 맥주를 든 채 활짝 웃었다.
2년여 만에 잠실야구장을 찾았다는 A씨는 "두산 팬인데 코로나19가 우려돼 그간 야구장을 찾지 못하고 온라인으로만 중계를 봤다"며 "모처럼 친구들과 경기도 보고, 치맥도 즐기면서 저녁을 보내려 한다"고 말했다.
육성 응원을 제외한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대부분 해제되면서 야구팬들이 다시금 야구장으로 찾아오고 있다.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금지됐던 야구장 내 취식도 허용되면서 야구팬들과 나들이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잠실야구장 입구에 있는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과 편의점에는 야구팬들의 줄이 길게 늘어섰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온 이들은 양손 가득 먹거리를 사 들고 야구장 입구로 향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인근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 매장에 소비자들이 줄을 서 있다. [이상현 기자]
제너시스BBQ에 따르면 주말이었던 이달 2~3일 잠실야구장 BBQ 매장에서만 3000만원가량의 매출이 발생했다. 이틀간 각각 치킨 1500마리를 판매한 셈이다. 제너시스BBQ는 잠실야구장 내 위치한 매장 5개 점포에서 이 같은 매출을 올렸다고 설명했다.매경닷컴이 1년여 전 잠실야구장을 찾았을 때는 손 소독과 발열 검사, 방문등록(콜체크인)이 필수였지만, 이날은 입장권 확인만 간단히 이뤄졌다. 인근 야외주차장 한쪽에 마련된 선별진료소가 한산한 것과 달리 야구장 안팎은 인산인해였다.
취식 제한 조처가 해제된 만큼 등에 맥주통을 매고 다니는 '맥주 보이'들도 분주한 모습이었다. 맥주 보이들은 종이 맥주잔을 손으로 흔들어 보이며 좌석 사이를 수시로 돌아다녔다. 맥주를 주문하는 야구팬들의 표정은 코로나19 이전만큼 밝았다.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온 야구팬들도 있었고, '과잠(대학 학과에서 맞추는 점퍼)'을 맞춰 입고 온 새내기 대학생들도 있었다.
가족과 삼성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을 찾은 30대 B씨는 "야구장에 치맥이 빠져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른다"며 "야외로 나와 여유를 즐기니 코로나19도, 회사 일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 야외주차장 모습. [이상현 기자]
방역당국과 KBO가 야구장 내 육성 응원을 금지하고는 있지만, 하이라이트 장면이 연출될 때마다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취식은 허용하면서 육성 응원을 금지한다는 데 불만을 표하는 이도 있었다.'익사이팅존' 인근에 자리 잡은 20대 야구팬 C씨는 "치맥이 빠졌을 때 경기가 반쪽짜리 경기라면, 지금은 70%짜리 경기"라며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건 알지만, 이해하기는 좀 어려운 방역 지침"이라고 말했다.
야구장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인근 상인들의 표정은 밝았다. 야구장 내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50대 D씨는 "취식이 금지된 기간 간단한 주전부리 하나 제대로 사 가는 사람이 없었다"며 "맥주가 팔리기 시작하니 과자나 오징어, 치킨 등도 조금씩 팔려나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수준을 회복하려면 아직 멀었지만, 이제 시동을 걸었으니 금방 일상으로 돌아오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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