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현장...CCTV에 드러난 경찰 '부실 대응'

테이저건·삼단봉 등 무장에도 범행 현장 이탈
건물 밖에서 범행 장면 재연하기도
우왕좌왕 하다가 한참 뒤에야 건물 재진입

'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당시 출동한 경찰관들은 테이저건과 삼단봉 등으로 무장했음에도 범행 현장을 벗어났고, 재진입도 시도하지 않은 채 우왕좌왕했습니다.

피해자 측이 오늘(5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한 현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경찰관들이 범행 현장인 인천시 남동구에 위치한 한 빌라를 이탈하는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작년 11월 15일에 사건이 일어난 후 피해자 측은 경찰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CCTV 영상 공개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결국 법원의 허가로 영상을 확보해 약 140일 만에 공개했습니다.

영상을 보면 당일 오후 5시 4분께 해당 빌라 3층에서 A(49) 씨는 40대 여성 B 씨에게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그러나 여성 경찰관인 C 전 순경은 이같은 장면을 목격하고도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습니다.

빌라 밖에 있던 남성 경찰관 D 전 경위는 비명을 듣고 함께 있던 B 씨의 남편과 빌라 내부로 급하게 들어갔습니다.

당시 계단을 내려오던 C 전 순경과 마주친 B 씨 남편과 D 전 경위의 대응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B 씨 남편은 경찰관을 밀치고 곧바로 뛰어 올라갔으나, D 전 경위는 C 전 순경과 함께 다시 바깥으로 나왔습니다.

C 전 순경이 건물 밖에서 테이저건을 꺼내든 모습 / 사진='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피해자, 연합뉴스

이어 오후 5시 6분께 건물 바깥에서 C 전 순경과 D 전 경위는 각각 테이저건과 삼단봉을 꺼내기도 했습니다. A 씨의 난동을 진압할 수 있는 장비가 있었음에도 부실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빌라 밖으로 나온 C 전 순경은 현장 재진입을 시도하지 않았고, D 전 경위에게 A 씨가 B 씨의 목에 칼을 찌르는 장면을 2차례 재연했습니다.

피해자 측은 "트라우마로 현장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C 전 순경의 변명은 거짓말"이라며 "이미 칼부림이 발생했는데도 경찰관들이 밖에서 대기하는 모습을 보면 어떠한 긴박감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찰관들이 다시 빌라로 재진입한 시간은 현장을 벗어난 지 약 3분의 시간이 흐른 5시 7분께입니다. 이들은 5시 11분께 빌라 3층에서 A 씨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피해자 측은 이들이 빌라로 다시 들어온 후에도 바로 범행현장인 3층으로 올라온 것이 아니라 적어도 수십초 이상 2층~3층 사이 공간에 머무른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피해자 측은 "(B 씨 남편이) 범인을 기절시킨 뒤 경찰관들이 나타나 연행했다고 한다"며 "이들이 건물로 진입해 범인을 데리고 나가는데 넉넉하게 잡아도 1분 30초 정도가 소요되는데 중간에 비어 있는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C 전 순경이 착용한 '보디캠' 영상에 모든 순간이 촬영돼 있을 텐데 영상을 삭제하는 바람에 진실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남녀 경찰관 2명은 A 씨가 흉기를 휘두른 사실을 알고서도 현장을 벗어나거나 바로 제지하지 않는 등 부실 대응한 것으로 확인돼 해임됐습니다.

한편, A 씨는 지난해 11월 15일 오후 5시 5분께 인천시 남동구의 한 빌라 3층에서 B 씨와 20대 딸 등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B 씨는 A 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을 찔렸고, 최근까지 의식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의 남편과 딸도 얼굴과 손 등에 부상을 입어 전치 3주~5주의 병원 진단을 받았습니다.

A 씨는 사건이 일어나기 2~3개월 전 해당 빌라 4층으로 이사왔으며 3층에 거주하는 B 씨 가족과 층간 소음으로 인해 갈등이 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