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세가 폭증함에 따라 장애인 가족 내 확진자, 밀접 접촉자가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해당 가족의 구성원이 밀접 접촉하며 돌봐야 해 연쇄 감염이 일어나는 경우도 잦다.
10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이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로부터 제출받은 '월별 코로나19 확진된 장애인 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동안 발생한 장애인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509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매달 100~300명 대를 유지하던 장애인 확진자 수는 연말 변이바이러스 확산세가 시작된 가운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이 도입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실제로 작년 10월 817명이던 장애인 확진자는 11월 1929명, 12월 2499명을 기록하며 눈에 띄게 늘어났다. 코로나19 중증 피해도 자연히 늘어나면서 12월에는 처음으로 장애인 사망자가 100명을 넘었다.
장애인 가족의 특성상 서로 간에 밀접 접촉이 불가피한 탓에 감염 위험을 알고도 손을 놓게 되는 경우도 많다.
만 11세 지적장애인 아들을 둔 박 모씨(51)는 최근 목이 잠기고 콧물이 나는 등 코로나19 우려 증상이 있었지만 선뜻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갈 수 없었다. 아들과 딸이 차례대로 양성 판정을 받은 상황에 본인까지 확진이 될 경우 자녀를 돌볼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금 상태에서 저까지 몸져눕거나 자가격리가 돼버리면 아이들을 챙길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겁이 나서 도저히 검사를 못 받으러 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장애인 확진자의 자가격리를 돕는 가족이 기본적인 방역 원칙을 지키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청각, 지적 장애인의 경우 상대방의 얼굴이나 입모양을 보고 소통해야 하지만 마스크를 착용할 시 사실상 대화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박 씨는 "지적 장애는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해 우리가 눈치껏, 외적인 표정과 동작을 통해 케어해야 할 때가 많다"며 "그런 이유로 마스크를 벗다 보면 온 가족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긴급 돌봄이나 정부 지원은 대부분 중증 장애나 신체적 장애 위주이기 때문에 나라에서 도움 받을 생각은 하지도 못한다"고 전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8일 장애인 가정에 대한 돌봄 지원을 3월부터 강화하겠다며 돌봄 지원서비스 특별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문제로 학교 수업이 원격으로 전환되거나 단축돼 등교하지 못하는 장애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정 돌봄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사회복지재단 관계자는 "주양육자가 코로나19에 걸리고 장애 자녀도 확진된 경우 본인 치료를 받는 힘든 상황에 자녀까지 돌봐야 해 어려움이 많다"며 "수시로 약을 먹이고 아이의 장애가 악화되지 않도록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부모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 장애 자녀가 의심증상을 보여도 혼자서 검사를 받으러 가기까지 우여곡절도 많다"고 덧붙였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정점에 달하면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노인 확진자에 대한 사각지대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서울 강동구에서는 50대 시각장애인 A씨가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선별진료소로 이동하던 중 쓰러져 숨졌다. A씨는 사후 코로나19 검사 결과 양선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치매를 앓던 70대 부모가 확진되자 동거 가족은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지침에 따라 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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