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의사 없었다고 단정해선 안 돼"
베트남 국적의 아내가 한국 입국 이후 한 달 만에 집을 나갔다는 이유만으로는 '혼인 무효'를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한국 국적의 A 씨(남편)가 베트남 국적 B 씨(부인)를 상대로 낸 혼인 무효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혼인 무효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에 따르면 부인 B 씨는 2017년 11월 12일 한국에 입국해 남편과 함께 생활하다가 1개월 만인 12월 13일 집을 떠났습니다.
이에 A 씨는 "B 씨가 처음부터 혼인 의사가 없었다"며 혼인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심과 2심은 A 씨의 손을 들어줬으나, 대법원은 단기간에 집을 나갔다는 등의 사정 만으로는 혼인 합의를 부정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B 씨가 진정한 혼인 의사를 갖고 결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언어 장벽이나 문화적인 부적응, 결혼을 결심할 당시 기대했던 한국 생활과 실제 현실 사이 괴리감으로 단기간에 혼인 관계의 지속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실제로 법정에서 B 씨는 "(A 씨가) 결혼하면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어려움을 주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해 결혼을 결심했다"고 진술했습니다.
B 씨는 남편의 부모, 형과 함께 살면서 집안일을 도맡아야 했는데, 그러던 중에 남편의 생활 간섭과 생활비 부족 문제까지 겹치자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법원은 "한국 국민이 베트남 배우자와 혼인을 할 경우 언어장벽이나 문화 차이로 혼인 생활의 양상이 다를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사정도 감안해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지 여부를 세심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하면 B 씨에게 처음부터 혼인 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이런 판단은 외국인 상대방이 혼인 후 단기간에 가출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쉽게 혼인 무효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판단 법리를 그대로 적용한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키르기스공화국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성이 낸 혼인 무효 확인 소송에서 대법원은 "동거 기간이 40일에 불과하다는 사정만으로 혼인 의사를 부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