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인 KBS 드라마 '태종이방원'이 동물권단체로부터 고소를 당한 가운데 이달 22일, 23일 편성된 13·14회 방송 결방을 결정했다. 하지만 드라마의 조기종영을 요구하는 청원 동의 수가 4만 명을 넘었고, 낙마 장면이 계속 온라인에 공유되는 등 논란이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태종이방원은 KBS가 5년 만에 내놓은 대하드라마로, 지난 달 11일 방영을 시작한 후 매화 시청률 8~11%를 기록하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12회 분을 방영하고 4일 후인 20일 동물권단체 카라가 인스타그램에서 동물학대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카라에 따르면 제작진이 낙마 장면을 촬영할 때 말의 뒷다리를 묶어 넘어뜨렸고, 이 과정에서 말의 목이 꺾여 사망했다. 카라는 이 연출이 철저히 계획됐다는 점에서 명백한 동물 학대 행위라고 비판하며 책임자를 고발한다고 밝혔다.
카라는 "결국 사망한 말, 명백한 동물 학대"라며 "카라는 KBS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물 학대 정황을 확인함에 따라, 해당 촬영장 책임자를 동물 학대로 경찰에 고발 접수했다"고 밝혔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도박, 광고, 오락, 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는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
KBS는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제작진은 며칠 전부터 혹시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 준비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촬영 당시 배우가 말에서 멀리 떨어지고 말의 상체가 땅에 크게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마 누리꾼들은 1990년대 개봉한 영화 '브레이브하트'를 예로 들며 말 다리에 줄을 묶어 잡아당기는 무자비한 방법을 택한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브레이브하트의 낙마 촬영 장면을 보면 스태프가 말 모형을 잡아당겨 넘어뜨리고, 주변에는 매트리스가 깔려있다. 이밖에도 국내 사극 중에는 편집 기술을 이용해 말을 넘어뜨리지 않고 찍은 낙마 장면도 있다.
누리꾼은 과거 KBS에서 방송한 사극의 장면들도 비슷한 방법으로 말을 넘어뜨린 게 아니냐고 의심했다. 누리꾼들이 지적한 사극은 2014년 방영된 KBS 1TV '정도전', 2021년 방영된 KBS 2TV '연모' 등이다.
KBS 측은 20일 "이번 사고를 통해 낙마 촬영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드라마 태종이방원의 조기 종영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오는 등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이달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종영 청원글에는 21일 오후 1시 기준 4만 명 이상이 동의했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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