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앓는 90대 할머니가 80대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할머니 몸에서 가해자 DNA가 발견됐지만 경찰은 할머니의 진술이 명확하지 않다며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다.
1일 YTN 보도에 따르면 지난 3월 경기도 파주시에 사는 여성 A씨(96)는 같은 동네에 사는 80대 남성 B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A씨는 사랑방처럼 집 문을 항상 열어두고 이웃들을 맞이했다. B씨는 열린 문으로 안방까지 들어와서 범행을 저질렀다. 사건 당시 다른 방에 있던 손녀가 범행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도망친 B씨는 얼마 후 붙잡혔지만 범행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A씨의 몸에선 B씨의 DNA가 검출됐다.
A씨의 큰아들은 YTN에 "(조카가) 울면서 '큰아빠 큰일 났어요'라면서 사건을 이야기하더라"며 "'그 사람 어디 있냐' 했더니 도망가는데 쫓아가고 있다고 해서 112 신고하고 따라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B씨는 A씨와 함께 사는 둘째 아들과 손녀가 집을 비운 틈을 타 A씨가 사는 집을 여러 차례 무단 침입했다. 지난 1월에도 집 안에 들어와 추행에 폭행까지 하려다가 할머니를 돌보려고 들린 큰아들에게 발각돼 쫓겨났다.
A씨의 큰아들은 "(A씨) 위에 올라가서 목을 조르는 건지 뭐하는 건지 밑에서 발버둥치고 난리가 났다"며 "뭐 이런 게 다 있어 하고 끌어내렸더니 기겁을 하더라"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 4개월 만인 지난 7월 B씨에게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종결했다. A씨가 치매를 앓고 있어 명확한 진술을 할 수 없어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였다.
이에 A씨 큰아들은 과거 이 남성이 저지른 주거 침입과 폭행 혐의까지 다시 수사해 달라며 사법 당국에 이의를 제기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B 씨에게 주거침입 등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다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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