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부산 26차례 오가며
일본의 위안부 책임 인정 받아내
일본의 위안부 책임 인정 받아내
일본이 위안부 책임을 일부 인정한 '관부재판'을 이끌었던 김문숙 정신대문제대책 부산협의회 이사장이 오늘(29일) 오전 향년 95세의 일기로 별세했습니다.
김 이사장은 1927년 1월 대구에서 태어났으며 대학교 졸업 이후 여성 단체를 조직해 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계몽 운동을 해왔습니다. 고인은 부산 중앙동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다가 '기생 관광'의 존재를 알게 됐고, 이를 목적으로 부산에 온 일본인들의 입국 금지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1991년 60대에는 정신대문제대책 부산협의회를 설립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상을 알리는 데 인생을 걸었습니다. 또 2004년에는 사재 1억 원을 털어 부산 수영구에 '민족과여성 역사관'을 설립해 운영했습니다. 해당 역사관에는 위안소와 위안부 관련 사진과 영상물, 재판 기록 등 1000여 점이 전시돼 있습니다.
김문숙 이사장 / 사진 = 민족과여성 역사관 제공
지난 2017년 개봉한 영화 '허스토리'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한 김 이사장은 '관부(關釜)재판'을 이끌었습니다. '관부'는 일본의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아울러 이르는 말로 이 두 곳을 오가며 한 재판이라는 뜻에서 '관부재판'이라 불렸습니다.
관부재판은 1992년 12월 근로정신대 피해자 7명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3명 등 10명의 할머니가 일본 정부에 사죄와 배상을 요구한 첫 재판입니다. 김 이사장은 재판이 시작된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관부재판을 이끌며 일본과 부산을 26차례나 오갔습니다.
당시 시모노세키 지방법원은 '위안부 피해자 3명에게 각 30만 엔씩 모두 90만 엔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일본 사법부가 처음으로 위안부 책임을 일부 인정한 겁니다. 하지만 사죄에 대한 요구는 기각됐습니다.
김 이사장은 생전 '민족과여성 역사관'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은 내가 같이 있어 주고 (얘기를) 들어준 것 만으로도 하나의 보상을 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며 "단순히 할머니들이 불쌍하니까 도와 주자는 게 아니라 우리가 왜 식민지가 되었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찾고, 나라를 되찾은 지금 우리 모두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지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전했습니다.
유가족 측은 부산시 등과 협의해 '민족과여성 역사관'에 분향소를 마련할 계획이며 빈소는 서울 강남성모병원, 발인은 오는 31일 오전 10시입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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