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데이트폭력' 상해치사 기소에…유족 측 "살인죄 처벌받아야"

검찰 측 "수사 결과 확정된 것 아냐"
유족 측 "살인 미필적 고의…매우 유감"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과의 연인 관계를 알렸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이른바 '마포 데이트폭력' 사건의 30대 남성이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기소 되자, 피해자 유족 측이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며 가해자가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죄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족 측 "최대한의 구형으로 원한·억울함 풀어달라"

오늘(6일) 유족 측은 입장문을 내고 "가해자는 살인죄, 적어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처벌받아야 한다. 검사가 상해의 고의만을 인정해 '상해치사'로 기소한 데 매우 유감스럽다"라고 밝혔습니다.

유족 측은 ▲ 가해자가 피해자를 여러 차례 폭행한 점 ▲ 119 신고 등 즉각적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 피해자가 쓰러진 뒤에도 끌고 다니며 폭력을 지속한 점 ▲ 112·119에 허위 신고를 한 후 의료진에 허위 사실을 고지한 점 등을 들며 가해자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구형을 통해 비참하게 죽어간 피해자와 그 유가족들의 사무친 원한과 억울함을 풀어 달라"며 "이번 사건을 통해 데이트 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리고 관련 법령 제정 등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지길 촉구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연인 관계 알렸단 이유로 폭행…상해치사 혐의 구속기소

앞서 이날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상현)는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A 씨에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 했습니다.

A 씨는 지난 7월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 로비에서 피해자와 언쟁을 벌이다가 머리 등 신체를 여러 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를 받습니다.

폭행 이후 A 씨는 119에 피해자가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것 같다는 취지의 거짓 신고를 접수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병원으로 옮겨진 피해자는 약 3주 동안 혼수상태로 지내다 지난 8월 17일 결국 숨졌습니다.

경찰은 7월 말 A 씨에 상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습니다. 이후 추가 수사를 진행한 경찰은 A 씨에 상해 대신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다시 구속 영장을 신청했고, 법원은 지난달 15일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A 씨에 살인의 고의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이틀 뒤인 지난달 17일 A 씨를 구속 송치했습니다.

한편, 피해자의 모친은 지난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연인관계에서 사회적 약자를 폭행하는 범죄에 대해 엄벌하는 데이트폭력가중처벌법 신설을 촉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글은 1개월 동안 약 53만 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

[차유채 디지털뉴스 기자 jejuflower@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