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법안이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권을 초월해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당초 위원회 취지와 달리 교육계 안팎에서는 위원 구성을 놓고 정권 편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제388회 국회(임시회) 본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의결됐다고 발표했다. 향후 국가교육위원회는 1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7월 중순에 출범하게 된다.
교육부는 "관련 부처와 협의를 통해 가칭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준비단을 구성하고, 법에서 위임한 사항들에 대한 시행령 제정 및 위원 임명을 위한 절차 등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가교육위원회가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10년의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면, 교육부는 그 방향에 맞게 구체적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 나가게 된다. 초·중등 교육분야는 본격적으로 시도교육청으로 이양하고, 교육부는 교육복지, 교육격차, 학생안전·건강, 예산·법률 등 국가적 책무성이 요구되는 부분에 집중하며, 고등교육, 평생직업교육과 인재양성 등 사회부총리 부처로서의 기능을 강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교육부의 설명과 달리 야당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은 국가교육위원회가 '정권 거수기'로 전락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야당은 국가교육위원회 위원 과반수가 친정부 인사로 채워지는 데다가, 옥상옥 기구를 설치하는 겪이라며 그동안 해당 법안에 반대해 왔다.
실제로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은 총 21명으로 구성된다. △대통령 추천 5명 △국회 추천 9명 △교육부차관 1명 △교육감협의체 1명 △대교협·전문대협 2명 △교원단체 2명 △시도지사 및 기초단체장협의체 1명으로, 정부·여당 인사가 손쉽게 과반이 되는 편향적 구조다.
이에대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으로) 대교협, 전문대교협이 참여하고 국회가 추천하는 학생, 학부모, 청년 등 다양한 위원이 참여하기 때문에 편향성을 띠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지만, 현장 우려를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교총은 1일 성명을 내고 "국민 염원인 국가교육위원회를 폐기시키고 '정권교육위원회'를 탄생시킨 역사적 과오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총은 "대통령 소속 위원회로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고, 위원 구성도 편향적인 기구를 국민과 교육계는 결코 정권·정파를 초월한 국가교육위원회로 인정할 수 없다"며 "정부·여당이 일방 처리를 거듭하며 애써 위원회를 설치한들 결국 대통령 자문기구를 출범시키는 그 이상도 그 이하의 의미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당도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해도 잘 될까 의문인데, 정부와 여당이 일방 추진으로 부메랑을 키웠다"며 "헌법상 독립기구인 감사원의 원장이 중립성을 훼손하는 시대에, 그에 미치지 못하는 법률상 짝퉁 독립기구로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어놓고 중립성을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환영 입장을 밝힌 교원단체들도 법안 보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독립성과 자주성을 제대로 담보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면서 "학생, 청년, 학부모 대변자를 위원으로 구성하게 된 것은 긍정적이나, 대통령 지명 5명, 국회 추천 9명에 비해 교원단체, 시도교육감협의회 등의 참여는 부족하다. 보완입법과 제대로 된 시행령 제정으로 국가교육위원회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보장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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